배임죄 완화와 삼성의 잃어버린 10년 [기자수첩]

김도현 기자
2025.07.29 05:00

[the300]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부당합병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은 삼성그룹 부회장을 맡았던 당시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지난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위법하게 관여한 혐의 등으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으며 지난해 2월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2025.02.03. kgb@newsis.com /사진=김금보

"기업인이 배임 혐의로 한 번 재판에 넘겨지면 무죄를 받게 되더라도 수 년이 소요됩니다. 그 사이 기업은 만신창이가 되죠."

최근 만난 한 재계 관계자는 여당이 형법상 배임죄의 '경영판단 면책 원칙'을 명문화하고 상법상 특별배임죄를 폐지하는 내용의 상·형법 개정안을 추진한단 소식을 반기며 이같이 말했다.

배임죄는 특별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형량이 과도함에도 구성 요건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에 따라 검찰이 대기업 총수를 포토라인에 세우고 보복 수사의 수단으로 활용한단 비판이 재계에서 꾸준히 지적돼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검찰의 전가의 보도 때문에 총수가 배임 혐의를 받는 기업도, 받지 않는 기업도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투자 결정을 하기 상당히 부담됐던 것이 사실이다. 자칫 타깃이 될 경우 기업인에 대한 기소만으로 기업이 받는 유·무형적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회장을 옭았던 주요 혐의 중 하나가 바로 배임이었다. 2015년에 한 사업적 판단이 이듬해 검찰 수사 대상이 됐으나 1심도 항소심도 대법원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이 삼성은 반도체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잃었다. 10년 전 과감한 투자를 감행했던 전장과 반도체(Chip)와 함께 BBC라 일컬어지며 미래를 책임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바이오·배터리 사업에서도 고전 중이다. 인공지능(AI) 역시 뒤처진단 평가다. 이 회장은 10년간 시달린 끝에 무죄라도 선고받았으나 삼성의 잃어버린 10년을 되돌릴 방안은 전무하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배임죄 관련 상·형법 개정안을 발의하자 '재벌 특혜'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과연 그럴까. 이번 법안의 진정한 취지는 검찰의 기소 남발을 막자는 것이다. 모호했던 배임죄의 선을 그어줌으로써 정당한 기업 활동을 장려하고 이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고 저평가된 주식시장을 부양할 수 있다는 기대도 담겼다.

이번 개정안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순 없지만 적어도 정치·사법적으로 기업인들에 지워진 법적 부담이 조금은 가벼워지진 않을까. 삼성 뿐 아니라 넘어 미래의 삼성을 꿈꾸는 수많은 기업들이 걱정 없이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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