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직 대통령의 사면 건의

오문영 기자
2025.08.14 05:00

[the300]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본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과 기념촬영 한 후 바라보고 있다. 2019.09.09. photo1006@newsis.com

"정치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전직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에게 왜 그랬을까." 문재인 전 대통령이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건의한 것을 두고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 말이다.

문 전 대통령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8·15 국민 임명식 초청장을 전달하기 위해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에게 조 전 대표 사면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면 대상자를 심의하는 국무회의를 하루 앞둔 10일엔 조 전 대표의 SNS(소셜미디어)에 문 전 대통령이 '조국의 공부'를 추천하는 영상도 올라왔다.

'조국의 공부'는 지난해 12월 교도소에 수감된 조 전 대표가 옥중에서 쓴 편지 등을 엮은 책이다. 문 전 대통령은 영상에서 "조 전 대표가 독거방에 갇혀 있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나온 책이기 때문에 정말 소중한 노력의 결과"라며 "조 전 대표가 처해 있는 상황은 너무 안타깝지만 그가 그렇게 시간을 활용하고 있다는 게 참 고맙게 생각된다"고 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기대한다는 메시지에 다름 아니다. 문 전 대통령의 마음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핵심 참모였다. 문 전 대통령이 직접 발탁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주도한 수사 때문에 장관직에서 물러났을 뿐 아니라 온 가족이 검찰 표적수사의 희생양이 됐다. 문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신의 선택 때문에 조 전 대표가 참혹한 고초를 겪었다고 생각해 부채의식과 연민을 가졌을 수 있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이 측근에 대한 사면을 직접 건의하는 것이 국민들 눈에게 어떻게 비칠지, 이 대통령에게 어떤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지 문 전 대통령이 한 번만 더 생각해봤다면 어땠을까. 조 전 대표 사면을 두고 국민 여론이 찬반으로 팽팽히 갈리면서 여야 간 대립은 물론 진영 내부의 갈등까지 벌어지고 있음을 따져봤다면 어땠을까.

조 전 대표 사면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게 아니다. 정치인 특별사면에 대한 결단이 얼마나 무겁게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인지 아는 전직 대통령이 후임인 현직 대통령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긴 커녕 오히려 좁힌 것에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이런 아쉬움은 이번 한 번으로 끝나길 바란다.

오문영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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