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돈들여 사놓고도 못쓰는 '출연연' 기술, 3년간 73% 급증…"인력 부족"

정경훈 기자
2025.10.01 17:49

[the300]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감기관에서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질의하는 모습. /사진=뉴스1

기업이 정부 출연연구기관(출연연)으로부터 이전받았음에도 실제 사업에 활용하지 않는 기술 건수가 3년 간 7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이전율도 2022년 '반짝' 고점을 찍은 뒤 떨어졌다. 정치권에서는 출연연의 기술 이전 전담인력 수와 근속 근무 연수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TS)를 통해 확인한 '22개 출연연별 기술이전 이후 이전 기술의 활용·사업화 현황'을 보면 2021년부터 최근 5년간 '현재 미활용' 기술 건수는 '398건(2021년)→552건(2022년)→739건(2023년)→689건(2024년)→449건(2025년)로 나타났다. 2025년의 수치는 8월 기준으로 집계됐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사이 73%가 급증한 셈이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NTS 산하 출연연은 산·학·연 협력에의 구심점으로 불린다. 대학이 기초 기술을, 산업체가 상용화 가능한 기술을 개발한다면 출연연은 기초 기술을 상용 기술로 발전시키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출연연에서 민간 기업으로의 기술 이전 활성화는 정부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그러나 기업이 돈을 들여 출연연에서 사들인 뒤 사용하지 않는 기술 건수가 최근 5년간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같은 기간 '활용을 준비 중인 기술 건수'는 '3244건→3313건→2527건→2544건→1497건'으로 점점 줄어들었다. 22개 출연연의 전체 매출도 감소세를 보였다. 기술 상용화가 이뤄져 출연연이 수익을 얻은 건수도 '640건→510건→486건→431건→183건'으로 감소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출연연이 개발하고 이전한 기술 가운데 기업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기술이 줄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출연연의 기업으로의 '기술이전율'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올해 8월까지 최근 5년간 이 비율은 '64.5%→72.7%→45.2%→36.8%→45%'로 집계됐다.

출연연의 전담인력 구성과 짧은 근속연수는 미활용 이전 기술의 증가, 기술이전율의 하락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담인력은 산업재산권 출원·등록·관리, 기술이전 상담과 계약, 기술 마케팅, 창업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이다.

최근 5년 22개 출연연의 전담인력은 '144.5명→160.9명→152명→153.5명→164.5명'으로 전체적으로 늘었다. 회계 등 일반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지원인력은 배제한 수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 국회(임시회) 본회의에서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 찬성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2025.08.22. suncho21@newsis.com /사진=조성봉

그러나 기관별 전담인력 규모의 차이가 크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를테면 ETRI는 올해 기준 34명의 전담 인력을 보유했다. KIST의 경우 2021년 3명이던 전담인력이 2025년 9명으로 늘어났다.

반면 국가보안기술연구소(국보연)는 2021~2025년 전담인력이 2.5명으로 변동이 없었다. 세계김치연구소(김치연) 전담인력은 2명으로 늘어난 2023년을 제외하고는 1명으로 유지되고 있다. 국가독성과학연구소(독성연)의 전담인력은 2021년 2명에서 이듬해 2.5명으로 소폭 증가한 뒤 증가하지 않았다.

전체 출연연의 최근 5년간 전담인력의 평균 근무연수는 '3.81년→3.86년→3.96년→4.21년→3.9년'으로 큰 변화가 없다. 전담인력들은 보직 순환 제도에 따라 직책이 변경된다. 산업계와 정치권에서는 기술 이전, 상용화, 후속 관리 등을 고려하면 현재의 근무 연수가 매우 짧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이는 10년이 넘는 미국 공공연구소 기술이전·사업화 전문가들의 근무 연수에 비해서도 짧은 기간이다.

이정헌 의원은 "출연연이 개발한 기술과 시장 수요 간 미스매칭이 생기면서 사업화 실적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특히 전담인력의 불균형, 짧은 근무 기간 등의 문제들을 개선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술 사업화는 국가 R&D(연구·개발)와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중요한 정책 과제"라며 "핵심 과학기술이 신산업 개척과 수익 창출, 나아가 국익으로 이어지는 확실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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