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미국을 찾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관세협상 후속협의를 가졌다.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한미 정상회담 전에 이뤄진 마지막 고위급 대면협상이다. 3500억달러(약 500조원) 대미투자펀드의 구성과 운용방식 등이 막판 쟁점으로 남은 가운데 양국은 정상회담 전까지 필요하면 화상으로 협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김 실장은 지난 22일 오후 (현지시간) 워싱턴DC 미국 상무부 청사에서 러트닉 장관과 면담한 뒤 취재진과 만나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일부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협상의) 막바지 단계는 아니고 협상이란 건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지난 19일 귀국한 지 사흘 만인 지난 22일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러트닉 장관과 마주 앉았다. 김 장관도 20일 귀국한 지 이틀 만에 다시 미국을 방문했다. 김 실장 등은 오는 24일 새벽 귀국할 예정이다.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은 3500억달러 대미투자펀드의 현금 투자 비중과 투자 대상 결정 방식 등이다.
미국 행정부는 사실상 전액 현금·일시불을 요구한 반면 우리 정부는 5% 수준의 현금 투자를 하되 나머지는 대출과 보증 등으로 채우는 것이 우리 외환보유액과 경제 규모상 합리적이라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 등이 우리나라가 국내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연간 조달할 수 있는 외화 규모가 150억~200억달러라고 본다는 점을 감안할 때 10년 등 장기에 걸쳐 투자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일각에서 3500억달러 중 2000억달러에 대해 매년 250억달러씩 8년에 걸쳐 투자하는 방안이 한미 간 논의되고 관측이 나왔지만 대통령실은 "한미 관세협상은 아직 진행 중이며 금융 패키지의 구체적 운영방식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발언을 아꼈다.
김 실장도 지난 22일 미국 현지에서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개별 주제에 대해, 아이템에 대해 저희가 (공식적으로) 어떤 말도 한 적이 없다"며 "그런 것들은 우리 내부에서 실무적으로 이야기한 게 나간 이야기들이다. 각각의 분석을 갖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통화 맞교환) 체결 여부도 부차적 쟁점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미국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통화스와프 필요 여부와 범위는 거래의 구조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며 "아예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고 소규모로 조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실장이 러트닉 장관을 만나고 나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한 만큼 한미 양국의 타결 목표 시점인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우리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협상에 임하고 있는 만큼 특정 시한에 구애받지 않고 논의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 대통령도 23일 공개된 CNN과의 인터뷰에서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통상 협상을 타결할 수 있을지'를 묻는 질문에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며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결국은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