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日다카이치에 "다음엔 도쿄 말고 지방도시서 만나자"

경주(경북)=조성준 기자, 김성은 기자, 이원광 기자
2025.10.30 20:26

[the300][APEC 정상회의]

[경주=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0일 경북 경주 APEC 정상회의장에서 한일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10.30. bjko@newsis.com /사진=고범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30일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취임한 지 9일째 되는 날이었다. 두 정상의 첫 만남인 만큼 과거사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은 다뤄지지 않았다.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고 '셔틀외교'를 이어가자는 데 양 정상은 이견이 없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한 다카이치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오후 6시2분에 시작한 정상회담은 오후 6시43분까지 41분간 진행됐다.

모두발언에서 이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고 한 발언을 거론하며 "제가 평소에 하던 말과 똑같다. 놀랍게도 글자 하나도 다르지 않다"고 해 좌중의 웃음을 끌어냈다.

아울러 "양국은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협력해 나가면 국내 문제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문제들도 얼마든지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다"며 "오늘 이 자리가 한일의 깊은 인연을 재확인하고 미래로 이어 나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올해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라는 큰 기념비적인 해"라며 "그간 구축해 온 한일관계의 기반을 바탕으로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양국을 위해 유익하다고 저는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셔틀외교도 잘 활용하면서 양 정상 사이에서 잘 소통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카이치 총리이 이번에 방한한 만큼 셔틀외교 순서에 따라 다음엔 이 대통령이 방일할 차례다. 비공개로 전환된 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도쿄가 아닌 지방 도시에서 만나길 원한다고 했다. 이에 다카이치 총리도 공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22일(현지시간) 일본 의원들이 춘계 예대제를 맞아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를 하고 있다. 2025.04.22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 자민당 내에서 강성 우파를 대표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치적 유산을 계승하겠다고 공언해 왔으며 전범의 위패가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하는 등 '여자 아베'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은 정치적 색채를 드러내지 않았다.

아베 내각 시절 악화됐던 한일 관계는 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취임 후 급격히 개선됐다. 지난 8월23일 이시바 전 총리와 이 대통령 간의 첫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17년 만에 공동발표문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이시바 전 총리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두 번째 회담을 가진 후 "역사를 직시하는 용기와 성실함을 가져야 한다"며 "다음 정권에 바라는 것은 한일관계를 되돌리지 말고 발전적으로 추진해 가는 것"이라고 당부하면서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일 양국이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신뢰 관계를 구축하면서 자연스럽게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미래의 과제를 버리고 과거에만 집중하면 오히려 해결할 수 없다"며 "공통의 노력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의 범위를 넓히고 신뢰가 쌓이다 보면 과거사 문제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