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바라기 정치'의 민낯...與 손잡고 고개 숙였지만 '갈등 잠복'

우경희, 김지은, 이승주 기자
2026.02.11 15:58

[the300]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언주 최고위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6.2.1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조국혁신당과 합당 논의 중단으로 논란을 일단락한 정청래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국민과 당원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거침없이 분출됐던 갈등은 일단 잦아들었지만 당내 소통이 사라진 '당원바라기' 정치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줬다. 일단 잠복기에 들어간 당내 계파 갈등이 언제든 다시 표면화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혁신당과의 합당은 표현부터 지방선거 후 '통합'으로 두루뭉술해졌다. 합당 동력이 크게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합당논의 중단...지도부 손잡고 "잘하겠습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손을 잡고 인사를 하고 있다.2026.02.11. suncho21@newsis.com /사진=조성봉

민주당 지도부는 11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손을 맞잡고 "잘 하겠습니다"라고 인사했다. 정 대표는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 오직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큰 같음을 바탕으로 총단결하겠다"고 했다. 통합에 격렬히 반대했던 최고위원들은 "고뇌 끝에 결단을 내려준 정 대표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비판 수위가 높았던 데 대해서는 "송구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전날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지방선거 전까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당내 친명(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정 대표가 혁신당에 제안한 합당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전날 "더 이상의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정 대표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하며 화합을 강조했다. 최고위에서 그는 "어제 만난 권노갑 고문이 '민주주의엔 항상 반대가 있으니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설득하고 또 설득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또 '정치인은 항상 국민의 눈높이를 맞춰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역사의 눈높이'라고 한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이 떠오른다"고 했다.

이어 "천신만고 끝에 출범한 이재명정부의 성공만을 생각하고 앞으로 지방선거 승리에 도움이 되는 일만 하도록 하자"며 "더 이상 합당 논란으로 우리의 힘을 약하게 할 수는 없다"고 했다.

반대 여론을 주도했던 이언주 최고위원은 "그간 큰 혼란과 갈등을 불러왔던 논의가 일단락돼 다행"이라고 했다.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지난 3주간 힘든 여정이었지만 민주당이 얼마나 다양하고 건강한 정당인지 확인하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당원바라기 정치 민낯 드러났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에 대한 결과를 발표한 후 당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2026.2.10/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갈등은 일단 봉합됐지만 당원주권주의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도부와 의원들 간 최소한의 소통과 설득의 과정도 없이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정치 행태가 사태를 더 키웠다는 것이다.

문제의 시작은 정 대표의 갑작스러운 합당 제안 발표였다. 이 과정에서 최고위도, 당내 의원들도 1차 설득 대상이 아니었다. 여당 관계자는 "성공했다면 정치적 승부수가 될 수 있었겠지만 발표 시점과 방식을 포함한 일련의 과정을 보면 무모한 일방통행에 가까웠다"고 평했다. 갈등을 중재하고 무마해야 할 당 지도부는 두 편으로 갈라져 분당도 불사하듯 갈등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물밑에서 조율돼야 할 갈등들이 전혀 조율되지 않고 외부로 노출됐다"고 했다.

전날 강득구 최고위원의 SNS 해프닝도 그 연장선에 있다. 강 최고위원은 전날 오후 최고위 직전 합당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받은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는 글을 올렸다 즉시 삭제했다. 강 의원은 "보좌진의 실수"라고 둘러댔지만 '당무개입' 의혹을 자초한 셈이 됐다.

혁신당 "선거연대는? 왜 합당 아닌 통합?"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의 합당 관련 입장을 밝힌 후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2026.2.1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혁신당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와 지방선거 후 통합 추진에 일단 응했다. 그러면서도 당장 "선거연대는 어쩔거냐"를 묻고 나섰다. 조국 혁신당 대표는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에서 "연대와 통합 추진준비위 관련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합당'이 아닌 '통합'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조 대표는 "지선 후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그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특히 "양당이 상호 신뢰와 존중이 아닌 특정 정치인 개인이나 계파 이익 관점으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합당 갈등이 결국 계파간 '차기 당권' 투쟁이었다는 점을 에둘러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동력은 크게 약해질거란 전망이 나온다. 6월 지선 이후 민주당은 곧바로 8월 전당대회 모드에 돌입한다. 정 대표가 연임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한 번 무산된 합당 카드를 다시 전면에 내세우긴 부담스러워 보인다.

지선에서 양당 간 적극적인 선거연대 가능성도 현재로선 높지 않아 보인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대로 지선을 치르고 나면 혁신당과 합당 과정에서 민주당이 치러야 할 정치적 비용이 줄어들 거라는 게 합당 반대파들의 주장이었다"며 "이 주장에 더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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