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8일 민간인의 대북 무인기 침투 사건에 대해 "정부는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북한 측에 대해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9·19 남북 군사합의의 선제적 복원을 정부 차원에서 검토·추진할 것임을 발표했다.
정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현안 입장발표' 브리핑을 통해 "설 명절 연휴 초 안보관계장관 간담회를 통해서 이재명 정부의 공식 입장을 표명하기로 결정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장관은 군경 합동 태스크포스(TF)의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조사를 받고 있는 민간인 3명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두 차례가 아닌 네 차례에 걸쳐 무인기를 (북한으로) 침투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2025년 9월27일 △2025년 11월16일 △2025년 11월22일 △2026년 1월4일 등 네차례 북한으로 무인기를 침투시켰다고 밝혔다. 이 중 지난해 9월 건과 올해 1월에 날린 무인기가 북측 지역에 추락한 것이며 지난해 11월에 보낸 두 대의 무인기는 개성 상공을 거쳐 경기도 파주 적성면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민간인 3명에 대해선 항공안전법 위반과 형법상 일반이적죄 혐의를 적용했고, 민간인과 협조한 것으로 알려진 정보사 현역 군인과 국가정보원 직원에 대해선 일반이적죄를 적용할 방침이다.
정 장관은 윤석열 정부 당시 정부 주도로 북한에 무인기를 침투시킨 사건을 거론하며 정부 차원의 첫 사과 입장을 표했다. 그는 "내란 수괴 재판을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북측에 직접 사과하고 우리 국민께 석고대죄해야 할 일"이라며 "이 자리를 빌려 지난 정권의 무모한 군사적 행위에 대해 이재명 정부는 북한 측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법·제도 정비 착수 방안도 발표했다. "항공안전법상 비행제한공역에서의 미승인 무인기 비행에 대한 처벌을 현행 500만원 이하 벌금에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하도록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남북관계발전법에 무인기 침투 등 군사적 긴장 고조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접경지역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는 '접경지역 평화안전 연석회의'를 설치해서 무인기, 전단 살포 등의 행위에 대한 예방 대응 활동 강화 방안도 설명했다.
아울러 정 장관은 "군 당국과 협력해서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적 신뢰의 구축을 위해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을 포함해 9·19 남북 군사합의 복원을 선제적으로 검토·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9·19 군사합의 복원은 통일부가 아닌 정부 부처 간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복원 일정 등에 대해서는 "적절한 시점에 발표하게 될 것이다. 방침은 정해졌다"고 부연했다. 2018년 남북이 체결한 9·19 군사합의가 복원돼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될 경우, 무인기도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동부지역에서 15km, 서부지역에서 10km에서 비행이 금지된다.
한편 정 장관은 지난 10일 명동성당에서 열린 미사 축사를 통해 무인기 사건에 대해 정부 고위 당국자 차원의 첫 유감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2일 담화에서 '비교적 상식적인 행동'이라며 "엄중한 주권 침해 사건의 재발을 확실히 방지할 수 있는 담보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가 김 부부장의 담화와 이달 하순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북한 제9차 노동당 대회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정 장관은 남북기본합의서 1·2·3·4조를 거론하며 "남북 간의 신뢰 회복을 위한 기본합의를 35년 동안 역대 정부가 지켜왔다"며 "예외적으로 윤석열 정권이 2년 반 동안 이것을 완전히 절벽 상태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시기를 지워버리고 다시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을 잇고 확대·발전시키는 상태로의 복원이 시급하다"며 "그런 차원에서 이번의 입장 발표도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