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서해상에서 공중 훈련을 진행하던 중 중국이 전투기를 출격하면서 미·중이 한반도 인근에서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동해상과 동중국해 공역에선 미일 공동 훈련도 이뤄졌다.
21일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주한미군 F-16 전투기 10여 대가 지난 18일 경기도 평택 오산기지를 이륙해 서해상의 한·중 방공식별구역 중첩 지점까지 기동했다.
초계 비행하던 미군 전투기들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과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 사이, 양측 구역이 겹치지 않는 공역까지 비행했다. 미 전투기가 접근하자 중국도 전투기를 출격시켰다. 다만 양측이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한미군은 이번 훈련에 앞서 한국에 관련 사실을 통보했으나, 구체적인 계획과 목적 등은 설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 공군이 참여하지 않는 주한미군의 단독 훈련의 경우 계획이나 목적을 모두 공유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
우리 군은 훈련 사실을 인지한 뒤 군 고위당국자가 주한미군 고위당국자에 직접 전화하는 등의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과 18일 동해상과 동중국해 공역에서는 미일 공동 훈련이 실시됐다. 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는 일본 항공자위대의 F-2 전투기 6대와 F-15 전투기 5대, 미 공군 전략폭격기 B-52 4대가 각종 전술 훈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통합막료감부는 또 지난 16일에는 러시아의 정보수집기 IL-20 1대가 동해 공역에 진입한 것을 확인해 항공자위대에서 기체를 출격시켰다고 발표했다.
많은 주한미군 공군 전력이 CADIZ 인근에서 독자적인 훈련을 한 점, 한반도 주변 제1도련선(The First Island Chain) 안에서 미 본토 전략 자산과 일본 항공자위대, 주한미군 전투기가 사실상 동시에 기동한 점 모두 이례적이란 평가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 성격에서의 훈련이 이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해 11월 "한국은 러시아 북부함대, 중국 북부전구, 북한군 모두에게 비용을 부과할 수 있다"고 하는 등 미국 측은 주한미군이 중국과 러시아 견제에도 나설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국방부는 언론 공지를 통해 "주한미군의 전력 운용과 군사 작전과 관련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음을 양해 바란다"며 "주한미군은 우리 군과 함께 강력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도 전날 취재진과 만나 '미국 측과 어떤 논의를 했느냐', '이번 훈련이 통상적인 구역에서 이뤄졌느냐' 등의 질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한편 방공식별구역(ADIZ)은 자국 영공에 타국 비행체가 들어오기 전 침범 의사 등을 조기 식별하기 위해 관측 및 통신이 가능해지도록 한 임의 구역으로, 주권을 가진 영공과는 구분된다. 다만 통상 타국 항공기가 ADIZ에 진입할 경우 해당국의 사전 허가를 받는 게 관례다.
KADIZ는 1951년 3월 미국이 설정했고, 중국의 동중국해 CADIZ는 2013년 11월 중국이 정했다. 지난해 12월 9일엔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동해 및 남해 KADIZ에 진입해 우리 국방부가 엄중히 항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