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로렌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 4개월 만에 다시 만나 양국 간 실질 협력 강화에 속도를 내기로 하면서 7억명 인구의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에서 한국의 영향력 확대가 기대된다.
이 대통령은 2일 싱가포르 외교부에서 웡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FTA(자유무역협정) 개선 협상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과학기술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비롯해 △공공안전분야 인공지능(AI) 및 디지털 기술 협력 △지식재산분야 강화 협력 △환경위성 공동활용 △SMR(소형모듈원전) 협력 등 총 5건의 MOU를 체결했다.
두 정상의 회담은 지난해 11월 웡 총리가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해 서울에서 이뤄진지 약 4개월 만이다. 당시 두 정상은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하고 협력 강화 청사진을 마련했다. 이번 두 번째 회담에선 양국 협력의 내용을 더욱 구체화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정상은 우선 FTA 발효 20년 만에 개선 협상을 진행해 공급망, 그린경제, 무역원활화, 항공 MRO(정비·수리·분해조립) 등 4개 분야에서 통상협력을 한층 더 선진화하기로 했다. 급변하는 통상환경을 반영한 것이다. 싱가포르는 한국이 칠레에 이어 두 번째로 FTA를 체결한 국가다. MOU를 체결한 분야들도 모두 미래·첨단 기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가 간 MOU 외에도 산업은행은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의 자산운용그룹인 세비오라와 투자 파트너십 MOU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유망 중소기업과 신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 협력 확대가 기대된다.
한국은 싱가포르와의 실질 협력 강화로 아세안(ASEAN·동남아 국가연합) 지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전망이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시장 다변화와 공급망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어서다.
11개 국가로 구성된 아세안의 전체 인구는 2023년 기준 약 6억8500만명, 국내총생산(GDP)는 3조7800억달러(약 5513조원), 총 교역량은 3조5000억달러에 달한다. 싱가포르는 특히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불린다.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 제조업 분야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연구센터장은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양국이 지난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데 이어 이번에 FTA 개선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며 "싱가포르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아세안 국가 전반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특히 "(경제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싱가포르는 한국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아세안 국가들 중에서도 상호 호혜적으로 효과가 즉각 나타날 것으로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 규모는 9만9000달러로 한국(약 3만8000달러)의 2배가 훌쩍 넘는다.
한편 이 대통령은 웡 총리와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한국과 싱가포르 양국은 지난 세기 국가 건설과 근대화 과정에서 제한된 자원과 지정학적 도전을 발전의 발판으로 삼아 모범적인 중견국으로 성장하는 큰 저력을 보여줬다"며 "저와 총리님은 21세기 초불확실성의 시대라는 또 다른 도전을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양국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