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동발 위기 대응을 위해 이번주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는 한편 유류세 인하폭 확대도 검토한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9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중동 상황 비상경제 점검회의' 관련 브리핑에서 "석유 제품의 비정상적 가격 결정을 방지하고 가격의 예측 가능성 확보를 위해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한 시간 반 동안 진행된 이날 회의에선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장 등의 대책 보고가 이뤄졌다.
김 실장은 "산업부에서 석유사업법(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 근거해 이번주 내 최고가격제가 시행되도록 고시 제정 등 관련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2주 주기로 (최고가격제를) 설계하려고 한다"며 "최고가격제 시행 후 (정유사 등의) 손실을 어떻게 보전할지 등에 대해서도 심층 검토했다"고 했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석유 가격이 현저히 등락해 국민 경제의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을 때 산업부 장관이 최고가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명문화돼 있지만 1997년 유가 자유화 조치 이후로는 한번도 활용된 적이 없다.
김 실장은 "실효성 있는 제도 시행을 위해 시장에서 경쟁 제한의 요소는 없는지, 담합이나 세금탈루 등 시장 교란, 불법적 행위는 없는지 등에 대해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면밀히 볼 것"이라며 "가짜 석유 적발을 위한 현장 점검에 관계기관도 나설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종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 2개월 연장에 이어 유류세 인하폭 확대도 검토한다. 현재 휘발유 7%, 경유·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10%의 인하율이 적용되고 있다.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은 유류세 인하폭 확대 조치와 유류 소비자를 직접 지원하는 조치 등 유류가 상승에 따른 경제 주체들의 부담 완화 방안에 대해 세밀하게 검토해 볼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원유 추가 비축에도 나서기로 했다. 이란이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도입량은 매일 170만 배럴 정도로 현재 전체 비축량은 1억9000만 배럴 수준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 208일을 버틸 수 있는 규모다.
김 실장은 "호르무즈해협의 완전 봉쇄라는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에서 원유 확보가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며 "(국제공동비축 계약에 따라) 산유국들과의 공동 비축 물량 2000만배럴도 우선 구매권을 행사하면 우리가 인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석유공사의 해외 생산분도 국내로 돌릴 수 있다"며 "호르무즈해협 통과 물량을 대체할 공급선 확보를 위해 민관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또 "가스의 경우 올해 도입 예정 물량 중 중동산 비중이 14%로 카타르산 물량 약 500만톤 정도가 차질이 예상되지만 가스공사 등이 대체 물량을 도입할 수 있다"며 "가스 수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황이) 장기화되면 수출통제도 고민해야 하는데 그 부분은 정유사들과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시장 안정에도 총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김 실장은 "정부는 최근 주가·환율 등 금융지표가 중동 상황 장기화 우려로 국내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 대비 과도하게 괴리된 측면이 있다고 인식한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100조원 규모로 마련된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적기 시행하는 한편 필요시 확대 방안도 선제적으로 마련하겠다"고 했다.
김 실장은 그러면서 "국회에 계류 중인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세법 개정안'과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국회와 적극 협의하고 국민연금의 '뉴프레임워크'도 신속하게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보건복지부는 현재 '국민연금기금 뉴프레임워크' 구축에 대해 논의 중이며 기금의 환헤지 정책, 외환조달 다변화 방안 등도 함께 다룬다.
김 실장은 위기 확대시 중앙은행도 선제적 대응에 나설지에 대해 "채권시장 안정에 대한 역할이 클 것"이라며 "캐피탈콜(시장 수요 발생시 자금조달하는 것) 방식과 연계해 역할이 있을 수 있을지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상황 악화시 캐피탈콜을 늘려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금융기관 간 시작됐다"며 "정책금융기관들의 공급 여력은 아직은 충분하다는 판단이지만 필요시 자본확충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재원 마련을 위해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앞당겨 이뤄질 수 있을지를 묻는 질문에 김 실장은 "중동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 지 알 수 없고 겪어보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며 "진지한 논의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또 "중동 상황 관계기관 합동 대응반 산하 3개 반장을 기존 1급 공무원 체제에서 차관급으로 격상한다"며 "경제부총리 주재의 경제장관 회의도 중동 상황 대응에 최우선을 둔 비상경제 관계 장관회의 체제로 전환해 운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