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벨라루스 우호조약 체결…"소련 시절부터 우호, 오늘 새 단계 진입"

정한결 기자
2026.03.26 14:41

[the300]

[평양=AP/뉴시스] 벨라루스 대통령실이 제공한 사진에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25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인민군 명예위병대를 사열하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초청으로 북한을 공식 방문했다. 2026.03.26. /사진=민경찬

북한과 벨라루스가 26일 우호·협력 조약을 체결했다. 우크라이나전으로 러시아와의 관계가 혈맹 수준으로 격상된 북한이 대표 친러국가인 벨라루스와 손을 잡으며 북·러·벨 삼각 공조 강화에 나섰다.

벨라루스 국영 통신사 벨타는 이날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양 국가 간 우호·협력 조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소련 시절부터 시작된 양국 간의 우호 관계는 단 한 번도 중단된 적이 없다"며 "오늘날 포괄적이고 진취적인 발전의 결과로, 우리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법 규범이 노골적으로 무시되고 위반되는 세계적 대변혁의 현실 속 독립 국가들은 더욱 긴밀히 교류해야 한다"며 "주권을 수호하고 국민의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나 또한 당신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관계를 달가워하지 않을 다른 국가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그들은 우리의 경쟁자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국 경제는 상호 보완적이며 서로가 필요하기에 우리는 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우리는 과거의 실수로부터 교훈을 얻고 북한과 벨라루스의 관계가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벨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우리는 서방이 벨라루스에 가하는 부당한(불법적인) 압박에 반대하며, 사회·정치적 안정과 경제 발전을 보장하기 위해 벨라루스 지도부가 취하고 있는 조치들에 지지와 공감을 표한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양국이 다극화(multipolar)된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러한 공통점이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양자 관계를 더욱 확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전제 조건"이라고 밝혔다.

북한과 벨라루스가 우호조약을 체결한 것은 북러 관계 밀착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친러국가인 벨라루스는 북한과 더불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1991년 소련 해체로 벨라루스가 독립한 이후인 1994년부터 33년째 장기 집권하고 있다. 그의 방북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이날 '다극화된 세계'를 언급했는데, 이는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에 맞서는 새 진영을 구축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지난해 10월 벨라루스를 방문해 다극체제를 추진할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북한은 최근 당대회에서도 다극체제 추동을 강조했다.

이날 회담을 기점으로 북한과 벨라루스의 협력관계는 한층 격상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1992년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양측이 1995년 설립한 무역경제협조공동위원회가 지난해 5월 운영이 재개된 동향이 포착됐다. 막심 리젠코프 벨라루스 외무장관은 전날 언론에 우호조약 외에도 교육·보건·산업·농업·정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합의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북한과 벨라루스의 관계를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번 방북이) 북한과 러시아, 벨라루스 간 삼각 공조를 강화하는 의미로 보인다"며 "유의하면서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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