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중동 전쟁 확전 우려가 커진다. 미국으로부터 호르무즈 해협 파병 압박을 받고 있는 우리 정부의 부담이 더 무거워질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복수 외신은 29일 미국 국방부(전쟁부)가 이란에서 지상군 투입 작전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미 군 당국은 약 3500명의 해군 및 해병대 병력을 중동에 급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 종식 협상 기한을 오는 6일까지로 연장했다. 그러면서 지상군을 증파한다.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행보 속에 종전과 확전을 예측하기 어렵다.
경제·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27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G7(주요 7개국) 외교장관 확대회의에 참석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과 회담이 성사된다면 양국 간 안보 관련 대략적 입장 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파리에서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과 짧은 인사만 나눴을 뿐 약식 형태인 '풀 어사이드(pull-aside)' 회담도 갖지 못했다. 조 장관은 대신 26일 미국 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앨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을 접견해 최근 중동 및 지역 정세,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 이행 등 한미 간 현안 등에 대해 의견을 전했다.
미국이 한국과의 안보 협상을 사실상 뒷전으로 미뤄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이 취하는 '전략적 모호성'에 대한 미국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됐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조 장관이 미국에 전달하고자 했던 건 한미 간 안보 협상 사안인 농축 우라늄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과 핵추진잠수함(SSN), 북한 핵 문제 등의 현안이었을 것"이라며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의 호르무즈 해협 상황 적극 참여를 바라고 있으니 양 측 입장이 엇박자 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동맹의 지원이 필요 없다"면서도 동맹국들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전략적 계산이 깔린 행동일 공산이 크다. 한국 등 동맹국들의 모호한 태도를 빌미로 막대한 '동맹 비용' 청구서를 들이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신화 고려대 교수는 "방위비 분담 등에서의 압박은 증가할 것"이라며 "한국도 국제사회와 함께 대응한다는 프레임을 통해 완전한 불개입은 아니라는 입장을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나토(NATO) 등 주요 우방과 수위를 맞춰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 교수는 "단독 행동을 하면 이란 등 상대국으로부터의 보복 리스크가 크다"며 "공동 성명·동맹 활동은 적극 지지하면서도, 국제규범하에 지원하는 선택적 참여 전략을 택해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외부적으로는 모호한 입장을 공개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된다"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미국·일본과 함께 3국이 연계·협력 방안을 찾기 위한 긴밀한 논의를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