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갑'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 전 대표 출마 배경에는 보수의 상징인 부산 선거운동을 통해 보궐·시장 선거를 견인해 진영 내 대안으로 자리 잡겠다는 목적이 있다. '중도 보수' 한 전 대표에게 걸맞은 지역구라는 평이 나온다. 다만 거대 양당 공천 과정에서 나오는 변수는 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이날 오후 부산 북구 만덕동에 전입신고를 했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부산시장 출마로 보궐선거가 열릴 가능성이 커진 '북갑' 출마를 공식화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왜 부산 북갑을 선택했을까. 부산이 보수 진영에서 가지는 '상징성'에 주목했을 것이란 관측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대권 주자급 인물인 만큼 부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한동훈 대안론'에도 힘이 붙을 것이란 얘기다. 한 친한계 인사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요즘 보수진영에 '대통령 누가하냐'는 걱정이 많지 않나"라며 "당선되면 상당히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바람'도 친한계와 부산 정가의 노림수다. '윤 어게인' 영향으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부진한 상황에서, 한 전 대표 출마가 부산시장 선거를 포함한 전체 선거 구도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 전 대표가 박 시장, 부산 의원 등과의 잇따라 회동한 것과 맞물려 '국민의힘 무공천'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북갑에서 한 전 대표에게 승산이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갑은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가 3선을 한 만큼 부산 내에서 상대적으로 중도 성향이 강하다. 이는 중도보수 개혁성향을 내세우는 한 전 대표에게 비교적 유리한 환경이라는 평가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하정우 AI 미래기획수석 차출설이 나오고 있고 국민의힘에서는 박민식 전 의원, 김민수 최고위원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동훈급 '덩치'를 가진 정치인이면 연고와 관계없이 어느 지역구를 가도 기본 경쟁력은 확보한다. 부산은 대구보다 '강경파' 선호가 덜하다"며 "하 수석이 나오지 않으면 민주당에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친한계 인사는 "하 수석이 나오면 '이재명 대 한동훈' 구도가 돼 한 전 대표가 오히려 힘을 받을 수 있다. 3자 구도도 나쁘지 않다"며 "한 전 대표의 체급을 감안하면 앞으로 지역 발전을 위해 의회에서 열심히 일하겠다는 구호가 표심을 자극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변수도 많다. 하 수석이 새 인물 이미지와 AI 정책 역량, 기업 경험 등을 앞세워 선거 구도를 단숨에 바꿀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하 수석 차출을 위해 설득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지도부 내에선 하 수석의 출마 가능성을 두고 "사실상 8부 능선은 넘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또 전 후보가 의원 사퇴 시기를 늦추면 보궐선거 자체가 열리지 않을 수 있다. 보궐선거 실시 사유 확정 시한은 법적으로 다음달 1일이지만, 이날은 근로자의 날(공휴일)이고 이어지는 2일과 3일이 주말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행정 처리가 가능한 마지노선은 오는 30일이라는 해석이 많다.즉 전 후보가 오는 30일을 넘겨 사퇴할 경우 북갑 보궐선거는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지 못하고 내년 4월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무공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주진우 의원은 "원칙과 정도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한 초선 의원은 "한 전 대표에 대한 보수 코어 지지층의 비호감도 여전하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하 수석이 나오면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라며 "한 전 대표 성적은 양당 공천 상황과 후보 선거운동 양상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