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호 피격' 확인 요청에 이란 '모르쇠'…"美공조로 압박"

조성준 기자
2026.05.19 18:19

[the300]
이란 '깃발 전략'까지 언급하며, '나무호' 피격 연관 부인
이란 향한 '외교 공세' 펼쳐야…강력 대응 필요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조현 외교부 장관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6.05.06. photocdj@newsis.com

조현 외교부 장관이 HMM 나무호 피격 사건과 관련해 이란 측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으나 이란 외교부는 하루 만에 '자신들도 의문'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란이 공격 주체일 가능성이 지속해서 제기되는 만큼 우리 정부가 펼칠 '응분의 외교적 공세'의 구체적인 내용과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이뤄진 정례브리핑을 통해 "나무호와 관련해서는 이란 측과 매우 진지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소통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나무호 피격 사건의 배후가 누군지 우리도 의문을 갖고 있다"며 "다른 모든 사건과 마찬가지로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가짜 깃발 작전일 가능성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가짜 깃발 작전은 상대방 소행인 것처럼 조작한 위장 공격을 뜻한다.

이란의 이 같은 반응은 지난 17일 조 장관과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우리 정부가 사실관계 확인을 요구한 데 대한 답변으로 풀이된다. 이란 측이 자신들도 사건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거나 '가짜 깃발 작전'을 언급한 건 사실상 이번 사건과 자국이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가장 중요한 건 사고 원인 규명과 공격 주체 식별"이라며 "최종 조사 결과가 나와야 이란과 추가적인 협의를 할 수 있을 것이며, 이란이 밝힌 것들에 대해서는 유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 '모르쇠 전략' 당할 수만 없어…미국과 공조도 고려해야
[서울=뉴시스] 외교부는 10일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중이던 HMM 나무호 관련 정부 합동 조사단이 현장 조사를 지난 8일 실시했다"며 "조사 결과 지난 4일 미상의 비행체가 HMM 선미를 타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CCTV 영상에 해당 비행체가 포착됐으나 발사 주체 정확한 기종 및 물리적 크기 등을 확인하기에는 제약이 있는 상황"이라며 "현장에서 수거된 비행체 엔진 잔해 등을 추가 분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미상의 비행체 타격으로 훼손된 나무호 선미 외판 모습. (사진=외교부 제공) 2026.05.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정부는 이란의 소행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앞서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지난 14일 이란이 아닌 다른 나라일 가능성은 상식적으로 크지 않다며 "조금 더 조사해 증거를 제시하면 어떤 형태로든지 이란 측으로부터 적절한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격 주체가 확인될 경우 "응분의 외교적 공세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7일 응분의 외교적 공세의 의미와 관련해 "공격 행위에 상응하는 대처를 해 책임을 묻고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하고, 안정적인 해협 항행이 가능한 체제를 만드는 데 참여한다는 취지"라며 "다양한 방법을 검토·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란의 이른바 '모르쇠 전략'에 대해서는 단호한 외교적 압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 측의 적절한 대응과 해명이 나오지 않을 경우, 공식 성명 발표 등을 통해 정부가 이란에 외교적 부담을 지워야 한다는 것이다.

공격 주체가 이란으로 특정될 경우 우선 정부는 이란의 명확한 공식 입장을 요구하고 규탄 성명 등을 내놓을 수 있다. 비슷한 시기 선박이 피격당한 중국·영국, 화물선의 침몰 피해까지 입은 인도 등과 공조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외교가에서는 중동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 주도의 '해양자유구상(MFC)' 참여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확대 재개를 시사한 '프로젝트 프리덤 플러스(+)'에 기여하는 방안 역시 이란을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나무호 피격 보상 문제…"보상 청구 어렵지만, 할 건 해야"

한편, 이번 사건에 따른 피해 보상 청구 문제도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다. 선사인 HMM 측은 선박 보험 등을 통해 나무호 피격으로 발생한 영업 손실과 선박 수리 비용을 우선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사후 구상권 청구 과정이다. 이란이 자국의 관여 사실을 끝까지 부인할 경우 국제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선사가 감당해야 할 법적·외교적 비용과 행정적 소모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란으로 특정될 경우) 당연히 청구할 것은 청구하는 게 맞다. 이란과의 외교 관계가 삐걱거릴 가능성은 있다"며 "이란이 보상을 해주냐 아니냐는 별개의 문제로, 자국 선박이 피격당했으니 (보상권 청구와 규탄 등은) 당연히 해야 할 조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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