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6·3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이겨야 하는 곳을 졌다면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라며 당 지도부에 아쉬움을 나타낸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책임 공방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된 '정청래 책임론'이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차기 당권 경쟁에 화력을 더한다. 유력 주자인 정청래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 송영길 의원 등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당내 책임론 공방에 대해 "냉정하게 보면 이런 분열구조가 지방선거 결과에 영향을 준 것"이라며 "전당대회를 통해 분열이 아닌 화합과 단결이 될 수 있는 방향을 논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조 사무총장은 "여당은 (창이 아닌) 그릇이 돼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발언을 인용하며 "당내 '뉴이재명', 'ABC 논쟁' 이런 것들은 그릇을 키우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논의한다면 충분히 합의될 수 있는 주제"라고 말했다.
8월17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과열되고 있는 당내 계파 갈등을 수습하려는 시도다. 최근 비당권파인 이언주 최고위원이 지선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고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하자 친청계(친정청래계)인 최민희 의원은 "추워져야 소나무와 전나무의 절개를 알게 된다"며 "추위 속에서 책임 있게 지도부로서 잘 마무리하면 좋겠다. 김한길·안철수식은 진부하다"고 직격했었다.
차기 당 대표는 2028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는 만큼 경쟁이 매우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 송영길 의원 등 3파전이 예상된다. 한 민주당 의원은 머니투데이the300에 "이번 당 대표 선거는 어느 때보다 격전이 될 것 같다"며 "(당내 의원들이) 전당대회 전까지 어디 숨어 있고 싶다고들 한다. 웬만하면 무풍지대에 있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지난 7일 SNS(소셜미디어)에 "이재명 정부 1기 내각의 총참모장을 맡았던 제 다음 임무는 강력하고 유능한 민주당을 만드는 것"이라며 총리직 사임과 함께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혔다.
송 의원은 전날 광주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정 대표의 거취와 호남 민심을 보고 (출마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김 총리와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진 송 의원은 김 총리와 연합하거나 후보 단일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임 도전이 확실시되는 정 대표는 이날 전북을 찾아 호남 민심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2일엔 텃밭인 광주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 정 대표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하고 5·18민주묘지를 참배하는 안을 고민 중이다.
정 대표가 차기 당 대표 선거 출마를 확정할 경우 다음 주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 구성을 전후해 대표직에서 사퇴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연임 도전 시 사퇴 시한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이재명 대통령도 당 대표 시절 연임 도전을 위해 전준위 구성 직전 사퇴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이 대통령의 유럽 순방길에 정청래 대표 등 당 지도부가 나타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당 지도부가 대통령 공항 환송 행사에 불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6·3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정청래 책임론'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왔다.
정 대표와 차기 당권을 놓고 경쟁하는 김 총리는 이 대통령의 순방길 행사에 참석하면서 '이 대통령이 사실상 김 총리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청와대는 "중동 전쟁의 장기화와 선거관리위원회 부실 관리 대응 등의 국내 상황을 염두에 두고 청와대 및 내각 인사 등 환송 인원을 최소화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