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힘주세요, 기절합니다" 길고 긴 20초...'6배 중력'에 땀 줄줄

청주(충북)=조성준 기자
2026.06.19 06:00
지난 17일 공군 항공우주의학교육훈련센터에서 진행된 국방부 출입기자단 대상 비행적응훈련 과정 중 비상탈출 훈련을 위해 장비에 탑승한 조성준 기자./사진제공=공군

"숨을 더 참았다가 쉬세요!" "복근, 둔근! 힘 안 주면 기절합니다!"

시야가 흐려지려고 하는 순간 교관의 다급한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머리를 등받이에 더 강하게 밀착하고, '큼'하는 소리와 함께 숨을 참아내면서 허벅지에 힘을 주자 주변이 더 또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몸무게의 6배(6G)에 달하는 하중을 20초간 맨몸으로 견뎌야 하는 가속도내성 훈련.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20초가 지나자 등줄기로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다리는 저리고, 숨은 가빴지만, 'G-LOC(대뇌 동맥혈압 저하로 인한 의식상실)' 없이 견뎌냈다는 안도감에 긴 숨이 새어 나왔다.

전투기를 타기 위한 첫 단계…항공우주의료원에서 이뤄진 고난도 훈련
공군 항공우주의학교육훈련센터에서 가속도 내성강화훈련을 위해 사용되는 ATFS-400./사진제공=공군

17일 충북 청주시 공군 항공우주의료원 항공우주의학교육훈련센터. 국방부 출입기자단 대상 비행적응훈련에 참여했다. 취재진들은 '일시적 탑승자' 대상으로 항공기 탑승과정 훈련인 △가속도내성 훈련 △SD(공간감각상실) 훈련 △저압실 비행훈련 △비상탈출 훈련과 함께 이론 교육을 받았다.

압권은 가속도내성 훈련이었다. 실제 전투기 탑승 시 발생하는 하중을 견디기 위한 내성을 기르는 과정이다. 축을 중심으로 원심분리기처럼 빠르게 회전하는 일명 '곤돌라'에 탑승해 평소 중력의 9배(9G)까지 경험할 수 있다. 조종사가 아닌 탑승자는 6G(중력가속도)를 20초간 버텨내면 '통과'다.

훈련에 들어가기 전 이뤄진 이론 교육 과정에서 의식을 상실하지 않기 위한 AGSM(Anti G Straining Maneuver) 수행 방법 교육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훈련 교관은 "이번 훈련의 목적은 G로 인해 하중을 받게 되는 환경이 어떠한지, 생리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는지 경험하게 되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실제 훈련에 들어가자 긴장도가 극도로 올라갔다. 중력을 높이기 위해 트리거를 누르고 레버를 당기는 순간 6G로 급가속이 이뤄졌다. 하지만 짧은 호흡 주기로 인해 머리로 가는 혈류가 약해지면서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완전한 '블랙아웃'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훈련은 중단됐다.

교관은 "숨을 3초까지 참았다가 다시 호흡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복부 아래로 힘을 덜 준 것도 문제다. 그 두 가지를 꼭 기억한 상태로 평가에 임해야 통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 시간 정도 지난 뒤 다시 도전했다. 충분히 숨을 들이마신 뒤 레버를 당겼다. 하반신에 힘을 최대한 주면서 '크업'하는 소리와 함께 ASGM을 수행했다. 3초간 숨을 참았다 다시 호흡. 그렇게 7번의 호흡이 끝나자 길게만 느껴졌던 20초가 지나고 서서히 하중이 줄었다. 두 번의 시도 끝에 '통과'할 수 있었다.

정신이 몽롱해지는 저산소 체험…시계(視界)비행의 위험성까지
지난 17일 공군 항공우주의학교육훈련센터에서 진행된 국방부 출입기자단 대상 비행적응훈련 과정 중 참가자들이 저압실 비행훈련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제공=공군

전투기 조종사들이 임무를 수행하는 2만5000피트(7620m) 고도에서의 신체적 변화도 경험할 수 있는 저압실 비행훈련도 이뤄졌다.

기압이 빠르게 낮아지면서 귀가 먹먹해졌다. 침을 삼키고, 아래턱을 움직이며 신체 내외부의 기압을 맞춰나갔다. 훈련시설 내부에 걸려있던 풍선은 좀 전과 달리 거대하게 부풀어있었다. 2만5000피트에 도달해 산소마스크를 떼어냈다.

볼펜을 손에 쥐고 '저산소성 저산소증', 'Price check' 등 한글과 영어를 종이 위에 반복해 적었다. 처음에 정자로 잘 적히던 글자들은 1분이 지나자 꼬부라지기 시작했다. 2분이 되기 전 산소포화도는 61%까지 떨어졌다. 살짝 시야가 흐려진다는 감각이 들기 시작하자마자, 교관은 산소마스크를 씌웠다. 심호흡하자 포화도는 99%로 회복되고, 정신도 돌아왔다.

이어서 기압이 높아지는 상황을 체험했다. 높은 고도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기압이 높아지자, 중이(中耳)에 압박이 느껴졌다. 코를 움켜쥐고 숨을 내뱉는 '발살바 호흡'으로 체내·외 기압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비상탈출 훈련과 SD 훈련도 진행됐다. SD 훈련은 조종사들이 눈과 귀로 파악하는 인체평형감각에 의존하는 비행의 위험성을 경험하는 과정이다. 훈련 장치 속에는 F-15K 조종실이 구현돼 있었다. 이륙하는 중 실제 상승보다 더 빠르게 고도가 올라가는 느낌, 수평의 상태지만 고도가 하강하는 허위의 감각, 선회 상황에서 더 큰 각도로 비행기가 돌아가고 있는 착각도 경험할 수 있었다.

비상탈출 훈련에서는 전투기 좌석을 구현한 기기에 앉아 레버를 당기면 순식간에 좌석이 튀어 오른다. 몸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이려면 온몸을 의자에 딱 붙여 빈틈이 없게 만들었고, 머리는 헤드레스트에 딱 붙였다. 좌석이 솟구치자, 생각보다 빠른 속도와 강한 압력에 탄성이 나오기도 했다.

조종사를 비롯한 공중근무자는 임무 수행 과정에서 지상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3차원 공간의 비행 환경에 노출된다. 인체의 생리적·심리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 변화에 대처하지 못할 경우 임무 수행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공군 관계자는 "공군은 비행 환경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대응능력을 향상시켜 안전 요인에 의한 사고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중근무자를 대상으로 비행환경적응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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