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투자액인 5000조원에 육박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의 윤곽이 드러난 가운데 정치권에선 '호남 반도체'를 둘러싼 공방이 계속됐다. 야당은 졸속 발표라며 공세를 이어갔고 여당은 강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재계는 환영했지만 정책 지원 집행 속도와 방향 등을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론을 유지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9일 "호남에 반도체를 떼주기 위해 영남·충청 등지에는 생색내기용 과제를 던져준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광주·전남이라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사인 두 기업이 동시에 같은 곳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고 발표하는 것 자체가 관치에 의한 억지 결정임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했다.
TK(대구·경북)를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의원들과 광역단체장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강하게 규탄했다.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은 "(반도체 투자가) 비수도권에 행해지는 것은 환영할 일이나 최적의 조건을 갖춘 TK가 왜 선정되지 못했는지 합당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은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이 지역구인 문금주 민주당 의원은 SNS(소셜미디어)에 "대한민국 성장축을 전국으로 확장하는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했고, 전남 영암이 고향인 이건태 민주당 의원은 "소외와 설움을 견뎌온 광주·전남이 미래산업 중심으로 우뚝 서길 간절히 바라본다"고 전했다.
강준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미래 전략산업 비전을 정치 논리로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야권의 공세를 일축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호남을 반도체 입지 최우수 등급으로 평가한 것은 다름 아닌 윤석열정부였다"며 "망상적 의식에 내재된 지역 차별주의도 점점 노골적으로 표출하는 양상이다. 호남을 지원하면 정치 도박이고 영남을 지원해야만 균형 발전이냐"고 쏘아붙였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6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에서 "정부는 계획된 기업 투자가 차질 없이 집행될 수 있도록 현장 애로를 세심하게 살피고 전력·용수·부지 등 필수 인프라와 제도적 기반을 적기에 지원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에 관련 내용을 도맡는 전담관을 신설하고 본인이 직접 챙기겠다고 공언했으나 상대적으로 열악한 호남 인프라 구축이 제때 이뤄질 수 있느냔 반응도 나온다.
반도체 산업은 그 어떤 산업보다 전력·용수부터 소재·부품·장비업체 등 산업 생태계, 전문 인력 등 인적 자원까지 복합적 인프라 확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의 '새만금 투자 무산'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삼성은 2011년 4월 정부와 MOU(양해각서)까지 체결하며 7조6000억원을 새만금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으나 2016년에 투자 계획을 백지화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등이 표면적 이유였지만 재계에서는 새만금에 인프라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게 근본적 원인이었단 평가다.
반도체와 같이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기업들이 알아서 투자하는 영역이 아닌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위해서 꼭 필요하지만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여러 이유로 투자를 주저하는 영역에서의 정부 개입을 바란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AI 시대 신경망이라 할 수 있는 통신망의 경우 한국은 여전히 5G"라며 "정부가 이런 부분의 지원을 발휘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