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원내 협상력 약화와 사법리스크라는 이중고에 신음하는 모양새다. 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에서 법제사법위원장 배분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민주당에 내줄 가능성이 커진 데다, 다음달 윤석열 전 대통령 관련 1심 선고 등 당 존립을 흔들 수 있는 사법 일정도 대기하고 있어서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9일 국회 의원총회에서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해 "상임위원장 배분부터 마무리하고 상임위원 명단을 짜는 것이 당연한 일의 순서임에도 불구하고 조정식 의장과 민주당은 상임위 명단부터 내라고 압박하고 있다"며 "협상이 아니라 협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법사위원장 고수 입장에 대해 "민주당이 무슨 염치가 있어 법사위원장을 꼭 가져가겠다는 말인가"라며 "국회의장은 오늘까지 합의되지 않으면 내일 본회의를 열어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겠다고 통보해왔다. 무슨 양심으로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도 열었다. 나경원 의원은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또다시 장악하려 한다. 이재명 대통령 범죄 세탁, 공소 취소 완성을 위한 것 아니겠나"라며 "법사위원장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박형수 의원도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을 한 정당이 독식하지 않는 것은 단순한 관행이 아니라 국회에서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도록 하려는 헌법 원리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총회에서도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에 양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법사위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고 밝혔다. '법사위원장을 못 받으면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포기하더라도 그렇게 하라는 취지인가'라는 질문에는 "맞다"고 했다.
원 구성 협상이 끝내 불발될 경우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뿐 아니라 18개 상임위원장 전체를 민주당에 내줄 수 있다. 법사위는 검찰·법원 등 사법기관을 소관하고 법안 체계·자구 심사권을 가진 핵심 상임위다. 국민의힘이 법사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검찰개혁 입법, 특검법, 이재명 대통령 관련 쟁점 법안을 둘러싼 원내 견제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으로서는 '국정 파트너' 역할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여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가고 민주당 주도의 입법 드라이브가 본격화할 경우 국민의힘은 정책 조율이나 협상보다 반대와 저지에 집중하는 구도로 밀릴 수 있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지도부 내홍이 이어지는 가운데 원내 협상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 대여투쟁 동력과 중도층 확장 모두 부담을 안게 된다.
여기에 사법리스크도 7월 정국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2차 종합특검은 29일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로 나경원 의원에 이어 김기현·권영진·윤상현 의원을 추가 입건했다고 밝혔다.
권영빈 특검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수처 체포 방해 사건과 관련해 1·2심 법원이 공수처의 수사권과 체포영장의 적법성을 인정하고, 윤 전 대통령에게 유죄를 선고했다"며 "이에 내란 특검이 작년 12월 9일 각하 결정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특수공무집행방해 사건을 지난 3월 26일 재기 수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지난 24일 김기현·권영진·윤상현 의원에게 30일까지 출석하라는 요구서를 보냈다. 권 특검보는 "물리적 충돌까지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스크럼을 짜거나 출입을 방해했고 이런 행위들에 대해 유죄가 인정된 판례가 있기 때문에 공무집행 방해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다음달에는 윤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와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1심 선고도 예정돼 있다. 윤 전 대통령 사건의 경우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국민의힘이 보전받은 대선비용 379억원 반환 문제와 직결될 수 있다. 당의 존립을 흔들 수도 있는 문제다.
오 시장도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을 경우 당선무효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이외에도 추경호 대구시장의 내란 주요임무 종사 사건, 신천지 불법 당원가입 의혹, 나경원 의원 등의 특수공무집행방해 사건도 대기하고 있다. 개별 사건의 사실관계와 법적 판단은 수사와 재판을 거쳐 가려질 문제지만,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주요 인사들이 동시에 수사·재판 국면에 놓이는 것 자체가 정치적 부담이다.
야권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22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도 사실상 협상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국민의힘이 끌려다니고 있다"며 "이에 더해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해 국민의힘 인사가 연루된 주요 재판 결과와 특검 수사 향배에 따라 국민의힘의 대여투쟁 동력은 물론 당내 지도체제 논의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