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당원시대 "여러분은 누구십니까?"

우경희 기자
2026.07.13 15:47

[the300][당원주권시대, 당원은 누구인가]①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동초등학교에 마련된 종로 1,2,3,4가동 제1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시민이 인증샷을 찍고 있다. 전국 광역단체장 16명, 교육감 16명, 시·군·구 기초단체장 227명, 광역의원 933명, 기초의원 3천35명 등 총 4천227명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1만4천288곳의 투표소에서 일제히 실시된다. 2026.6.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당원주권시대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국민이 뽑지만 정당의 주요 정책과 의사결정은 당비를 내는 당원의 몫이다. 여야, 거대·군소 정당를 가리지 않고 권리당원(책임당원)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당원민주주의 시대가 열렸다. 요컨대 정당 민주주의의 최고 주류는 이제 당원이다. 당원의 실체와 당원 권력의 작동 방식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당의 주인들은 조만간 또 주권을 행사한다. 더불어민주당은 8월17일 새 당대표를 뽑는다. 김민석 전 국무총리와 송영길 전 대표, 정청래 전 대표(가나다순), 고민정 의원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국민의힘도 차기 전당대회의 영향권 안이다. 2년 뒤 여야 거대정당의 총선 공천권 행사 방향은 물론 청와대(정부)와 여당, 여당과 야당의 관계 등을 결정짓는 분수령이다. 한국 정치의 다음 장이 사실상 당원들의 손끝에서 쓰여진다는 의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작년에 펴낸 '정당 활동개황'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민주당 당원은 약 500만명, 국민의힘은 444만명이다. 소수정당을 합하면 당원 가입자만 무려 1128만명이다. 한 여당 보좌관은 "1000만 당원 시대가 진작에 열렸다"고 했다. 물론 입당만 했다고 다 같은 당원이 아니다. 일반 당원과 당비를 내는 권리·책임당원, 실제 투표에 참여하는 적극 당원 등 진성 당원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

그런데 당원 숫자가 급증했고 권한은 막강해졌지만 당원이 누군지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당비를 내는 권리(책임)당원의 지역·연령·성별 구성과 투표에 참여하는 당원 숫자는 물론 당내 세대별·지역별 투표 결과 등이 깜깜이다. 여권 관계자는 "당원명부가 개인정보로 보호받는 건 당연하지만 통계까지 깜깜이 영역으로 남겨두는 건 다른 문제"라고 했다.

정당은 국고보조금을 받아 공직후보를 내는 공적 조직이다. 공복인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후보를 1차 선별한다. 정당의 공공성을 감안하면 당원 정보를 반드시 사적 정보로 봐야 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명성 없이는 특정 계파나 지도부의 입맛에 맞게 정당이 사유화돼 민주적 정당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민주당 '8.17 전당대회'의 경선 룰 결정 과정의 이견에도 이런 문제의식이 응축돼 있다. 대의원·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1대1로 하는 '1인1표제'가 처음 적용된다. 문제는 표의 등가성(1인1표)이 대표성의 완성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당원 구성이 특정 세대나 지역 등에 치우쳐 있다면 평등한 한 표가 오히려 불균형한 결론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다.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 도입 전 당원 찬반 투표에 권리당원의 32% 정도가 참여한 것으로 안다"며 "전체 권리당원의 3분의 1 미만인데 전 당원의 의지가 반영된 게 맞느냐"고 했다.

검증되지 않는 당원민주주의는 그들만의 리그로 흐를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당원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는 당원민주주의는 간접 정치 형태인 대의민주주의와 상호 보완적 관계다. 민심과 유리된 당원주권 만능주의는 대의제의 본질을 훼손할 수도 있다. 한 여당 중진의원은 "당원의 권한을 인정하되 권한을 투명하게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며 "당원민주주의를 위축시키자는 게 아니라 질을 높이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1000만 당원시대, 각 정당에 질문은 주어졌다. 당심은 곧 민심인가. 당원민주주의가 대의민주주의와 함께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을까. 당원들이 권력을 직접 선택하고 결정하는 시대라면 당원들에게도 물어야 한다. "여러분은 누구입니까"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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