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세제 개편 논의와 관련해 "주택 분야의 조세 제도가 많이 왜곡·변형돼 있다"며 "조세가 기본적 기능을 못하다보니 부동산 투기 유발 요인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이달 말 정부의 세법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보유세 인상론에 힘을 실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관계부처 장관들로부터 부동산 정책 관련 국민의견 수렴 계획을 보고받은 뒤 "조세 형평성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재정경제부는 이날부터 사흘간 각각 부동산 정책 토론회를 진행한다. 청와대는 오는 23일 이 대통령이 주재하는 부동산 대토론회도 연다. 토론 내용을 반영해 세제 개편을 포함한 등 부동산 종합 대책이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세제 개편 논의와 관련해 집값을 잡으려는 게 아니라 조세 정상화가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보유세 인상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이렇게 공제해 주고 저렇게 빼주고 너무 많이 변형을 해줘서 조세의 기본적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게 문제"라며 "(세제를) 통해 집값을 눌러보겠다는 게 1차적 목표는 아니다. (조세) 정상화가 1차 목표고 두 번째는 부수적인 효과로 투기 유발의 부작용을 좀 완화해야되겠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즉석에서 유튜브 댓글을 활용해 국민 여론을 묻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1주택에 거주하는데 똘똘한 한 채가 쟁점이 된다. 소위 초고가, 100억원, 이런 집에 대해 실거주 1주택이라고 거의 감면해 주는 게 맞느냐는 논란도 있다. 실거주 1주택이라도 초고가 주택은 통상적인 보호보다 추가된 보유 부담을 하는 게 좋겠다면 (댓글로) 1번을, 그게 아니라면 2번을 눌러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유튜브 생중계로 국무회의를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현장에서 직접 의견을 구한 것이다. 유튜브 화면을 지켜보던 임기근 국무조정실장은 "1번을 택한 비중이 많다"고 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초고가 주택은 실거주 1주택이라도 좀 강화하자는 점에 대해 대체적으로 동감하는 것 같다"며 "그럼 어느 정도(주택 가격이 초고가 주택 기준으로) 적정하냐, 그것도 한번 눌러보시면 어떻겠나"라고 물었다.
임 실장이 "30억원을 기준으로 써 준 분들이 많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너무 가혹한 것 아닌가. (시가 기준으로) 30억원이면 공시지가로는 십 몇 억원 밖에 안되는데"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관계 부처 장관들에게 "의견이 갈리면 어떤 주장이 합리적인지 일단 국민들께 판단을 맡기는데 최종 결단은 결국 정부, 책임자가 하는 것"이라며 "결국 사실 상당 부분은 결단의 문제이긴 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선 유관 부처가 진행할 부동산 정책 토론회의 개요와 쟁점도 소개됐다. 이날 토론회를 진행한 국토부를 포함해 금융위원회는 15일, 재경부는 16일 각각 생중계로 토론회를 연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대통령에게 주택 공급 관련 7대 주요 쟁점을 보고했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용산국제업무지구 등 도심 내 유휴부지 활용 △비아파트 신축 공급을 위한 다주택자 금융·세제 규제 완화 △도시·건축 유연화 △(공공과 함께 임대주택을 공급할) 민간 임대주택 공급주체 △공공임대vs공공분양 공급비중 △수도권 기관의 지방 이전 등을 통한 주거수요 분산 등이다.
김 장관은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정비 사업을 적극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인근 지역 투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신중해야 한다는 검토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금융 정책과 관련해 △청년 등 실수요자 지원을 위한 대출규제 조정 및 정책대출 확대 필요성 △전세대출 규제 정책 방향 △이주비 대출규제 등 3가지 쟁점을 보고했다. 이 위원장은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위해 대출 규제 기준 등을 풀어달란 의견이 있는 반면 현재 주택 시장 자금 우려가 있어 현행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고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1개 쟁점을 제시했다. △부동산 세제 개편의 정책목표·효과 및 시장 영향 △부동산 세부담의 지역별 차등 여부 △부동산 세제 개편의 단계적 시행 여부 △부동산 보유세의 적정 수준 △종합부동산세 과세체계 개편 △종합부동산세 세수 용도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 △다주택자 중과 제도 유지 필요성 △고령·장기거주·지방이전 과세특례 필요성 △보유세 인상에 따른 양도소득세 경감 필요성 △서민·중산층 주택 취득세 인하 여부 및 다주택 중과 제도 정비 필요성 등이다.
구 부총리는 "세제를 개편하다보면 임차인에게 손해가 전가된다, 이걸 왜 자꾸 건드리냐는 이슈가 있다"며 "1억짜리 주택을 세 채 가진 사람이 있고 30억짜리 주택 한 채를 가진 사람이 있는데 왜 3억원어치 집을 가진 사람을 다주택자라고 (규제를) 하느냐는 이슈가 또 제기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