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국회 상임위원회 전면 보이콧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회 등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한 데 반발해 의사일정에 불참하고 있지만, 뚜렷한 협상 성과도 원내 복귀 명분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보이콧이 길어질수록 '일하지 않는 야당'이라는 비판은 커지고, 그렇다고 남은 7개 상임위원장직을 수용하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4일 오후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굉장히 벽을 보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느낀다"며 "협상을 더 계속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추후 협상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회동 후 "툭 던지는 말이었지, 의미 있는 토론과 협의는 아니었다"며 "사전에 숙의하거나 토론한 내용은 아니다. 일방적 주장"이라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차라리 이럴 거면 국회법을 바꿔 다수당이 18개 상임위를 모두 가져가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또 "다음 23대 국회부터 제1당이 국회의장을 가져가면 제2당이 그다음 상임위원장을 선택하고, 순차적으로 상임위원장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법제화하자"고 제안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 같은 제안을 민주당이 수용하면 법사위원장 요구를 접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를 협상안으로 보지 않는 모습이다. 법사위원장 재배분 가능성을 일축한 채 오는 16일까지 원 구성을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조정식 국회의장도 제헌절인 17일 전까지 원 구성을 완료해달라고 이날 여야에 재차 요청했다.
국민의힘은 국회 상임위 보이콧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정 원내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한 의원들의 의견을 들었지만, 의원들은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기보다 향후 협상 전략을 원내지도부에 일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 반환 외에도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특검의 야당 추천권 보장, 검찰 보완수사권 유지 등을 협상 카드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이른바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보고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다만 이 같은 현안 공세도 원내 공백을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미 11개 상임위를 단독 가동하고 있고, 국민의힘 몫으로 남겨둔 국토교통위원회·교육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외교통일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정보위원회·성평등가족위원회 등 7개 상임위원장직까지 가져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불참을 '민생 보이콧'으로 규정하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한 직무대행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어제 의원총회에서도 국회 파업을 이어가기로 선택했다"며 "헌정사상 최악의 민생 태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명분 없는 민생 보이콧을 이어가면 민주당은 국회의장께 이번 주 본회의 개최를 요청해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의장실도 더 이상 기다리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의장실 관계자는 "원 구성이 한 차례 됐는데 그 이후 목요일 일정을 보면 7월 2일, 7월 9일, 7월 16일"이라며 "사실상 세 번을 기다려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헌절 전에 원 구성이 안 되면 다음 주 본회의 일정들을 고민할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 전당대회 국면이 본격화 되는 만큼 여야 협상 교착 상태가 8월까지 장기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국민의힘 보이콧이 명분과 실리를 모두 놓치는 장기전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법사위원장 재배분을 얻지 못한 채 보이콧만 이어가면 원내 견제력은 약해지고 복귀 시점이 늦어질수록 민생 입법을 외면한다는 비판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주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민주당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쟁점이 있어서 이번주 원 구성은 어려울 것 같다"며 "제헌절 이전에 원 구성을 마무리 하겠단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조속히 원 구성 마무리해서 국회가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