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 이어 남미 순방 두 번째 방문국인 칠레를 공식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현대화와 구리·리튬 등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확대에 나선다. 상품 교역 중심의 경제협력을 디지털 무역과 인공지능(AI), 청정기술 등 신산업 분야로 넓힌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 모네다궁에서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한·칠레 정상 간 회담은 지난해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 대통령과 가브리엘 보리치 당시 칠레 대통령이 만난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지난 3월 취임한 카스트 대통령과는 첫 회담이며 한국 대통령의 칠레 방문은 11년 만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스페인 통신 '에페(EFE)'와의 인터뷰에서 "오늘날 경제는 디지털 무역, 인공지능(AI), 청정기술, 회복력 있는 공급망, 탄소중립 전환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칠레 양국이 FTA 자유무역위원회를 재개하고 FTA 협정 현대화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키며 회복력 있는 공급망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 경제 파트너십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이번 협정 현대화는 단순히 무역 규범을 개정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혁신을 지원하며 신산업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했다.
칠레는 지난 2004년 한국과 처음으로 FTA를 체결한 국가다. FTA가 체결된 지 22년이 지난 만큼 그간 변화된 통상환경을 감안해 정부 간 FTA 현대화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양국 교역액은 2003년 약 16억달러(2조3000억원)에서 2024년 64억달러로 약 네 배 늘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對) 칠레 3대 수출품은 석유조제품(4억1900만달러), 승용차(2억4300만달러), 화물차(9800만달러) 순이고 3대 수입품은 구리광·정광(14억6400만달러), 정제구리·합금(11억900만달러), 탄산리튬(3억7800만달러) 순이다.
이번 FTA 현대화 논의가 재개되면 전자제품 등 우리 공산품의 현지 시장접근을 제고시키는 한편 전세계 K-컬쳐 확산 등을 감안한 문화협력 증진 방안도 다뤄질 전망이다. 이밖에 노동기준, 성평등 등의 분야도 새로 포함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또 이번 회담을 통해 칠레와 전략 광물 협력도 강화할 전망이다. 칠레는 세계 1위 구리 생산국이자 2위 리튬 생산국이다. 광물이 칠레 총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구리는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리튬은 배터리 필수 소재로 여겨진다. 칠레의 풍부한 자원과 한국의 첨단 산업 기반이 만나면 한-칠레 광물 개발 및 가공부터 첨단제조에 이르기까지 경쟁력있는 가치 사슬을 형성하게 될 것이란 것이 청와대의 기대다.
양국 정부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치안, 방산, 인프라, 해양, 문화 등 양국 국민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 분야 협력을 미래 지향적으로 강화, 이를 위한 고위급 교류와 정부 간 협의체도 본격 재가동할 계획이다.
이날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이어 곧바로 열리는 한-칠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RT)에서 양국 재계인들을 만나 실질 경제 협력 방안도 논의한다. 양국 기업 약 30개사가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와 투자 확대, AI(인공지능), 디지털 기술 협력, 친환경에너지와 바이오, K-소비재 등 미래 성장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