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하락 원인 다양한데… 저평가·세금회피 어떻게 구분하나

우경희 기자, 박종진 기자
2026.08.06 03:56

경영난 기업 적용 예외 뒀지만
금리·경기·업황 등 변수 복합
의도적 가치 훼손 판단에 한계
국세청 심의·이중과세 문제도

정부·여당이 이른바 '주가누르기방지제도' 입법(상속·증여세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지만 실효성 논란이 인다. 세금회피를 위한 의도적인 주가누르기와 일반적인 시장의 저평가를 명확히 가릴 기준이 없는 데다 높은 상속세율이 이미 적용된 상황에서 이중규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5일 정부에 따르면 재정경제부가 최근 내놓은 세제개편안에 담긴 주가누르기방지제도는 최근 13개 반기 중 누적 12개 반기 PBR(주가순자산비율)가 코스피는 하위 25%(이하 업종별), 코스닥은 하위 10%에 해당할 경우 장기 저PBR기업으로 분류하는 내용을 담았다. 1년 내 중복상장이나 EB(교환사채) 발행 등으로 주가가 30% 이상 급락한 기업들도 심의대상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당장 정부안에 대한 반발이 나왔다. 이훈기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안을 전면 재검토해달라며 별도의 의원 입법으로 주가누르기방지법(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대표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재경부안은 기업들에 회피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의 법안은 같은 당 이소영 의원이 앞서 발의한 법안의 취지대로 PBR 0.8배 미만 모든 상장사를 심의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자본잠식이나 회생절차, 구조조정 등 경영난에 처한 기업은 적용대상에서 제외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입법안에 따르면 예상되는 규제대상 기업이 약 1300개 상장사로 추정된다. 반면 정부안 대로라면 대상기업이 100~120개로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문제는 민주당안과 정부안 모두 실효성 논란과 이중과세 등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먼저 기업들의 의도적인 주가누르기와 일반적인 주식 저평가 상황을 정확히 걸러낼 분류기준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왜 주가가 낮아졌는지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재정경제부 주가누르기 방지법 전면재검토 촉구 및 주가누르기 방지법 대표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안은 최근 1년간 중복상장이나 EB 발행 등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를 주가누르기 추정요건으로 제시했다. 주가누르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은 납세기업이 입증해야 하고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과가 확정된다. 중복상장이나 EB 발행을 의도적인 세금회피 수단이라고 보고 이런 행위를 한 기업을 잠재적 탈세자로 추정한 후 기업에 입증책임을 지우는 셈이다.

하지만 주가는 경영진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금리나 경기사이클, 외국인 수급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비슷한 PBR 기업이라도 한쪽은 배당축소 등 주주가치 훼손의 결과일 수 있지만 한쪽은 실적부진에 따른 자연스러운 평가일 수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우리 경제에 꼭 필요한 산업이지만 미래성장성이 낮다고 평가되거나 글로벌 경기사이클과 개별산업의 주기 등에 따라 낮은 PBR가 형성되는 경우가 있다"며 "특정 PBR 수준을 기준으로 개별기업의 저평가를 판단하는 것은 시장의 다양한 환경변화를 고려하지 못하는 획일적인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세청 평가심의위 심의를 통해 판단하겠다는 정부 방침에도 우려가 제기된다. 재계에서는 세무당국이 기업의 의도를 판단하는 구조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기업이 정상적 경영판단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세무당국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특히 상속세 부담이 이미 큰 상황에서 평가기준 추가도입은 사실상 이중규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시장이 우려하는 데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과세기준부터 바꾸는 건 조세법률주의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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