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이 회사는 '인큐베이팅'(육성) 시스템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난달 17일 세상을 떠난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 청년 사무관 A씨가 생전 동료들에게 남겼다는 말이다. 공무원노조총연맹과 국가공무원노조가 지난 3일 청와대를 찾아 "간부는 단순한 업무 전달자가 아니라 업무를 조정하고 직원을 보호하는 자리"라고 한 것도 A씨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개인의 비극으로 끝낼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기후부 출범 당시부터 우려의 목소리는 있었다. 기후부는 출범 후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보급 조기 달성 △히트펌프 350만대 보급 △햇빛소득 마을 700곳 설치 등 도전적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인력 보강은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지적이다. 일은 많아졌지만 사람은 늘지 않았고 직원들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
그닥 주목받지 못한 목소리도 있었다. 이질적인 두 부처의 조직 문화 문제 말이다. 산업부 일각의 도제식 업무 문화가 새 조직에 그대로 이식될 경우 젊은 직원들의 업무적·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새 부처 출범 약 9개월만에 우려는 현실이 됐다.
비극적인 사건 이후 부처 리더십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내부망에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우주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입니다. 소중한 존재들끼리 서로 슬픔을 위로하고 함께 이겨나가길 바랍니다"라는 글을 썼다. 직원들은 고개를 떨구며 허탈감을 나타냈다. 이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과와 진상 규명의 의지를 담은 메시지를 발신했으나 동료를 잃은 직원들의 상처를 보듬기엔 역부족이었다.
정부는 그간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기업들에 안전관리 강화를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살기 위해 갔던 일터가 죽음의 장이 돼선 안 된다는 상식은 기업뿐 아니라 정부 조직에도 통용된다. 인재 육성과 효율적 업무 조정 및 지시, 이를 위한 리더십은 공직사회 안전관리에 필수적인 요소들이다. 속도감 있는 적극 행정도 건강한 조직에서 지속 가능하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