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호남권에 조성될 반도체 제2 클러스터 부지 관련 2028년까지 광주 군공항 기지 기능을 이전할 것을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청와대는 또 비슷한 시기 인프라 구축을 통해 전력을 공급하는 한편 2030년까지 하루 65만톤의 용수도 차질없이 확보, 기업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팹(Fab·공장)을 착공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제2차 점검회의'가 끝난 후 브리핑을 통해 "호남권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와 관련해 부지, 전력, 용수 공급 계획을 논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이 대통령은 생중계 모두발언에서 "국방부는 2028년 중순까지 광주 (군공항) 기지 기능을 다른 군공항으로 임시 배치해 광주 군공항 부지가 반도체 산업 단지로 조기에 활용되도록 조치해 주면 좋겠다"며 "임시 이전이라도 군공항 인근 부지에 산업단지가 조기 착공되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 전력과 용수 공급 계획도 차질없이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탄약고 예정 부지의 경우 부지 조성 작업을 조기에 착수해 기업이 원하는 대로 최대한 이른 시간 내에 팹 착공이 가능할 수 있도록 부지를 선제적으로 정비하기로 했다"며 "군공항이 이전되기 전에도 산업단지 계획 수립과 각종 민원 절차가 가능하다. 측량 등 조사에 대해서도 국방부와 긴밀히 논의할 예정이다. 부지가 우선 (팹 건설에 적합하게) 확보되면 기업들의 투자 계획 발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군공항은 전시에 미군의 핵심 전력을 수용하는 공동 작전 기지로 이전에는 미국 측과의 협의가 필요하다. 현재 협의가 잘 진행되고 있으며 정부로서 공항 이전을 최대한 앞당긴 시점이 2028년이라는 설명이다. 기업이 신속하게 투자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정부로서 할 수 있는 준비를 최대한 앞당겨 마치겠다는 의지다.
강 실장은 "전력과 용수도 적기 공급할 것"이라며 "호남권은 1단계 전력 공급 선로를 신속히 구축해 2028년 말부터 전력을 공급하고 지역 내 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 열병합 LNG(액화천연가스) 발전 등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 발전력도 확충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2030년까지 필요한 일 65만톤의 용수를 동복댐, 주안댐, 나주댐 등 인근 댐을 활용해 차질없이 확보, 공급할 것"이라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도 산단 내 열병합 LNG 등을 활용해 2041년까지 최종 전력 수요 14.7GW(기가와트)를 차질없이 공급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오늘 회의에 참석한 삼성전자, SK 사장님도 '이렇게 일이 빨리 추진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회사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메가프로젝트 정책 지원을 위한 '메가특구 특별법'의 연내 제정을 추진 중이다. 해당 법안에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를 포함할지를 두고 현재 산업통상부와 고용노동부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이날 회의에서 이 문제도 거론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주 52시간 예외 적용에 대해 노동계가 매우 강한 반대를 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저희의 입장은 메가프로젝트의 성공 자체가 52시간 문제와 직접 연관된 사항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해당 지역과 노동계로부터 동의를 받을 때 가능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지휘하거나 청와대가 지휘해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 숙고의 시간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메가프로젝트 투자 성과를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됐다.
우선 정부는 대중소 기업이 함께 반도체 기술 개발부터 실증, 양산까지 협력하는 '함께 성장 프로젝트'를 향후 10년간 1조원 규모로 추진하는 한편 수출 소부장 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상생무역금융 5조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 분야 유망 소부장기업과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약 5조 원 규모의 반도체 신규 펀드도 조성하기로 했다.
또 원가 변동이 합리적으로 납품단가에 반영될 수 있도록 대중소기업 간 납품대금 연동약정 체결이 대폭 확대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메가프로젝트에서 반도체 이외 사업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정부는 피지컬AI(인공지능) 관련해 연구용, 데이터팩토리용 휴머노이드를 2030년까지 700대, 4족보행 로봇 등은 2030년까지 1000대 이상 구매해 초기 시장을 적극 창출해 나가겠다고 보고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이는 피지컬AI 시장 창출에는 부족한 수준"이라며 "수요조사를 바탕으로 정부의 구매 규모를 대폭 확대해 로봇 생태계를 구축하라"고 지시했다.
또 로봇 부품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엑츄에이터, 센서, 로봇손 등 핵심부품 전용 연구개발(R&D)를 신설하고 새만금에 로봇 파운드리를 구축해 스타트업을 위한 부품생산 인프라를 확충하기로 했다.
아울러, 대중소기업 간 대규모 공동 R&D, 피지컬AI 얼라이언스를 통해 독자기술 기반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고 전국 중소기업에 '모두의 AI 공장장'을 보급·확산해 중소기업의 생산성 혁신도 뒷받침할 예정이다.
이밖에 지난 7월 충청권 국민보고회에서 8개 기업이 총 392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강 실장은 "이 중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네이버 등 6개 기업, 246조원 규모의 프로젝트가 올해 착공 또는 설비 증설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강 실장은 또 영남권 국민보고회에서 12개 기업, 총 312조원의 투자 계획이 발표된 것과 관련해 "이 중 SK, 삼성전자, 삼성SDS,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한화, 현대차, 두산 등 8개 기업, 107조원 규모의 프로젝트가 올해 중 착공 또는 증설 착수 예정"이라며 "57조원 규모의 R&D 프로젝트도 올해 차질없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강 실장은 메가프로젝트가 과감한 규제혁신과 부처 간 벽 허물기의 시발점이 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강 실장은 "투자, 특히 지방투자를 가로막는 애로사항들을 일일이 확인해 규제혁신 리스트를 설정하고 이를 하나씩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연내 메가특구특별법 제정을 추진해 각종 인허가, 환경영향평가 등을 단축, 전력과 용수, 교통 등 기반시설과 주거 등 정주 여건을 신속하게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청와대 내 신설 예정인 메가 프로젝트 전담조직과 함께 총리실에는 메가프로젝트 범정부 지원협의회를 두어 부처 간 협업을 지원할 예정"이라며 "적극행정 제도를 활용해 담당공무원의 적극행정을 독려하는 등 정부의 일하는 방식을 혁신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