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안보전문가 "李대통령, 트럼프 계속 만나야 '북미대화'서 역할"

조성준 기자
2026.09.14 15:01

[the300] 빅터 차 석좌 "김정은, 11월 중간선거 결과 기다리면서 유리한 패 살필 것"

1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미협회 주최 '미국 안보전략의 변화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주제 세미나에서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원격으로 참석해 기조발제하고 있다./사진=조성준 기자

북미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처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속적으로 만나 대화해야 한다는 미 안보전문가의 제언이 나왔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1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미협회 주최 외교·안보 세미나에서 "아베 전 총리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국 플로리다주의 마러라고를 방문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을 지속적으로 만나 일본과 관련된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해왔다"며 "이런 일들을 한국의 대통령이 참고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역할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과 자유롭게 논의하는 자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 석좌는 "한국의 대통령이 미국의 대통령과 자유롭게 이야기해봐도 좋을 것"이라며 "한국의 역할이 무엇이 될지, 북미 대화재개 국면에서 한국이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말해야 한다"고 밝혔다.

차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대화 재개 의지에 대해 "미 행정부의 북한 담당자는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마음속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이루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고 했다. 이어 "다른 어떤 미국 대통령도 하지 못한 방식으로 몇주 사이에 북한 지도자와 자신의 관계를 구축하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했다.

차 석좌는 김 위원장에 대해 자신의 이익에 따라 전략을 수정할 수 있는 '수정주의'적 사고를 가졌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과거 싱가포르 선언처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평양에서 만나는 '다카이치 평화선언'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이 한국의 관여 없이 이뤄낼 수 있다며 '코리안 패싱' 문제도 지적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바로 응답하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차 석좌는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시간을 갖고 기다릴 것"이라며 "미중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9월 이후, 또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결과까지 기다리면서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패를 살펴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연합훈련 축소 지시에 대해서는 이례적인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도 한미 연합훈련이 북미 대화의 도구로 사용된 경우가 있었다"며 "김 위원장을 협상 테이블로 유인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국제적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는 일방적인 양보가 아니라, 상호주의적 행동"이라며 "트럼프 2기 행정부 재임 중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는 차원에서 내놓는 주장"이라고 분석했다.

1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미협회 주최 '미국 안보전략의 변화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주제 세미나에서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등이 참석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사진=조성준 기자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미국의 안보 전략 변화에 따른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한 분석 등이 이뤄졌다. 차 석좌는 미국 행정부가 올해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국방전략(NDS)에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이 자국 방위를 많이 해야 한다고 언급한 지점은 그간의 정책적 연속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 석좌는 "수십 년 간 미국은 한국에 더 많은 방위를 요구해 왔으며, 이는 '한미동맹 현대화'라는 개념 하나에 다 담긴 것"이라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한 태세 변화가 동맹 현대화의 일환에서 다뤄진다면, 북한 대응 역량을 한국군에 넘기고, 주한미군은 대만 유사시 대응할 여력을 갖게 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지 미군이 떠난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진 세션의 좌장을 맡은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북억제 차원에서 한국이 더 큰 책임과 능력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으로선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면서 전략자산·확장억제 차원에서 미국의 약속을 확실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차 석좌는 경제안보 차원에서 미국이 동맹국을 대상으로 한 관세 전략을 철폐하고, 중국의 강압적 경제 전략에 맞서 한국·일본과 경제협력을 확대·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한미가 조선업·반도체·공급망 등에서 국가역량을 현명하게 사용하기 위한 협력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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