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국-일본 외교수장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다시 확인하고, 북한의 대화 복귀를 촉구했다.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고, 경제적 강압에 반대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는 등 대중 견제 메시지도 내놨다.
22일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미일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하고 한반도 문제와 지역·글로벌 정세, 경제안보 및 실질 협력 방안을 논의한 뒤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장관회의에 이어 올해 세 번째다.
세 장관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계속 추진하고,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으로 유입되는 자금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대북정책 관련 북한의 위협에 대한 확고한 억제 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대화와 외교를 통한 한반도 평화·안정 유지 및 비핵화 목표 실현을 위해 계속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3국 장관들은 북한에 대화 복귀도 거듭 촉구했다. 납북자와 억류자, 미송환 전쟁포로, 이산가족 문제의 조속한 해결도 재확인했다. 북한의 핵 문제뿐 아니라 인도적 현안까지 공동 의제로 유지했다. 미국의 핵 역량을 통한 한국과 일본에 대한 방위 전략도 강조했다. 공동성명을 통해 3국 장관들은 "미국의 군사력으로 뒷받침되는 한국과 일본에 대한 방위·확장억제 공약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오는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을 사흘 앞두고 열렸다. 중국과의 협상을 앞둔 미국의 입장을 반영한 듯 중국을 견제한 것으로 해석되는 내용이 주목됐다.
세 장관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현상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려는' 모든 시도에 반대했다. 대만이 적절한 국제기구에 의미 있게 참여하는 것도 지지한다는 기존의 입장도 유지했다.
또 인도·태평양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항행과 상공비행의 자유를 보장하고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반영된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이는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광범위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필리핀 등 주변국과 마찰을 빚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안보 분야에서 3국 장관은 "공급망을 교란하는 자의적인 수출제한 조치를 포함해 유해한 과잉생산과 시장왜곡을 초래하는 경제적 강압 및 비시장 정책·관행에 단호히 반대하면서, 자유롭고 투명한 무역을 지속하고 핵심 공급망을 확보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중국을 견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한미일은 공동성명에서는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자금 창출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명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과 제재 회피를 추적하는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의 활동과 북한 IT 노동자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 경보도 환영했다.
외교부의 보도자료에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확고한 억제 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대화와 외교를 통한 한반도 평화·안정 유지 및 비핵화 목표 실현을 위해 공조한다"는 표현이 포함됐다. 억제보다는 '대화·외교'를 강조ㅐ 북한에 유화적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중 메시지도 성명과 달리 외교부 자료에는 대만이 직접 거론되지 않았다. 다만 "세 장관은 인도·태평양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와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반영된 국제법의 준수, 해양안보 강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한중 관계를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3국은 핵심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회복력을 높이는 한편, 경제안보에 관한 새로운 3자 협의체 출범도 환영했다.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과 양자기술, 디지털 기반시설, 바이오 기술, 반도체 산업을 함께 보호·발전시키고 국립연구소 간 협력도 확대하기로 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역내 협력을 통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려는 한국의 노력을 환영했다. 특히 지난 7월 7일 체결한 한미일 소형모듈원자로(SMR) 협력각서(MOC)를 효과적이고 호혜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이행계획이 수립된 것을 환영했다. 3국은 이를 토대로 제3국에서의 SMR 배치 협력을 본격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