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땐 아이들도" 400년 담배 역사 되돌아보니…

김사무엘 기자
2015.01.05 14:18

'KT&G 전신' 삼정과 1899년 설립, 1945년 '승리' 한국 기술진이 만든 첫 담배

신윤복의 18세기 후기 작품 '연소답청'(젊은이의 봄 나들이)

2015년 새해 첫날부터 담뱃값이 일제히 2000원씩 인상됐다. 우리나라의 담배 사랑은 400여년이란 긴 세월동안 이어져 왔지만 오른 담뱃값에 금연을 결심하는 인구도 늘고 있다.

담배는 남아메리카 중앙의 고원지대가 원산지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언제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담배가 유럽으로 전파된 시기는 1558년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임진왜란(1592~1598) 이후 1616년 일본을 통해 담배가 들어왔다. 유럽에서 유행한 담배가 지구 반대편인 조선에 이르기까지 60년이 채 걸리지 않은 것이다.

당시 기록에는 담배가 조선에 들어온 지 5년 만에 대중적으로 확산돼 토지마다 쌀 대신 이익이 높은 담배를 심는 폐단이 생겨날 정도였다고 나타난다. 담배는 만병통치약으로 오인되기도 했는데 이수광의 '지봉유설'에는 "병든 사람이 그 연기를 마시면 능히 가래를 제거한다"고 적히기도 했다.

조선시대 담배는 남녀노소 누구나 가리지 않는 대중적 기호식품이었다. 당시 민화에는 여성과 아이들도 곰방대를 입에 물고 담배를 피는 모습이 종종 묘사되기도 한다. 네덜란드 상인 헨드릭 하멜은 조선에 머물 당시 '하멜표류기'를 통해 "조선 사람들은 담배를 좋아해 아이들도 4, 5세만 되면 담배를 피우며 남녀노소 피우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적기도 했다. 선교사 아펜절러도 1885년 우리나라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어린 아이들이 곰방대를 물고 있는 모습에 놀랐다고 전한다.

20세기 초 조선을 방문한 독일인 에쏜 써드는 "대한제국 남자들이 얼마나 골초인가 하면 그들이 50여년 일생동안 피운 담배연기만으로도 베를린 국립보건소 인원 전체를 질식시킬 것이다"라고 쓰기도 했다. 한국 사람들의 담배사랑은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것이다.

개항이후 1879년에는 일본으로부터 궐련 형태의 '히로'가 들어와 국내 궐련 시장을 장악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권연국, 금화연무국, 연무국, 손화국, 연화연무국 등 다수의 연초 제조공장이 들어서며 경쟁이 시작됐다.

미국과 일본 등 수입 담배가 시장을 장악하자 1899년 대한제국 정부는 지금의 KT&G(케이티앤지)의 시초가 된 삼정과(參政課)를 설치하고 1905년 국내 최초의 궐련 담배인 '이글'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옛 담배/ 사진=뉴스1

해방 이후 1945년 9월에 우리 기술진에 의해 최초로 개발된 담배 '승리'가 출시됐다. 1946년에는 '공작', '무궁화', '백두산' 등 국산담배가 연달아 나와 배급제로 보급이 됐다.

가장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담배는 1949년 처음 나온 군용 담배 '화랑'이다. '전우야 잘자라'라는 군가에는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 화랑 담배 연기 속에 사라진 전우야"라는 노랫말로 표현될 만큼 화랑은 1981년까지 32년간 큰 인기를 얻었다.

1955년에는 '백양', '탑', '풍년초', '파랑새' 등 담배가 새로 출시됐는데 새 담배가 나오면서 담뱃값이 대폭 인상됐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담뱃값 인상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빗발친 가운데 정부는 '양담배 피우지 말라'는 운동을 전개하면서도 '담배 피우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1958년에는 국내 최초의 필터 담배 '아리랑'이 등장했다. 1960년대에는 '새마을', '새나라', '희망', '자유종', '상록수', '청자' 등이, 1970년대에는 '환희, 한산도, '거북선', '남대문' 등이 대표적인 담배로 꼽힌다. 1980년도에는 '88시리즈' 담배와 '솔'이 유행했다. KT&G는 현재 디스, 에쎄, 레종 등 71가지 종류의 담배를 판매하고 있다.

한편 5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1998년 35.1%였던 흡연율은 지난 2012년 기준 25.8%로 하락해 국민 4명당 1명꼴로 담배를 피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의 흡연율은 43.7%, 여성의 흡연율은 7.9%로 나타났다. 금연시도율은 점차 늘어나 2001년 47.2% 였던 것이 2012년에는 56%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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