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62년만에 역사속으로…"성적 결정권 침해"

김미애 기자
2015.02.26 15:43

(종합)"결혼과 성에 대한 의식 변화"… 헌재, 재판관 7:2로 위헌 결정

26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명 가운데 7(위헌) 대 2(합헌)로 형법 241조 간통죄 처벌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위헌 결정을 했다./사진제공=뉴스1

무려 다섯 번이나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랐던 '간통죄' 처벌 규정이 제정된 지 62년 만에 폐지돼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국가가 형벌로 간통을 처벌하는 것은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26일 헌법재판소는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의정부지방법원 등이 '배우자 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와 상간한 자도 같다'고 규정하고 있는 형법 241조 1항에 대해 낸 위헌법률심판 사건 등에 대해 재판관 7: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했다.

따라서 형법 241조는 효력을 잃어, 종전 합헌 결정이 선고된 다음 날인 2008년 10월31일 이후 간통 혐의로 처벌받은 5000여명이 구제받게 됐다.

◇"부부간 정조의무, 더이상 간통죄로 보호 못해"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간통죄 처벌조항이 헌법상 보장되는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한다고 봤다.

박한철·이진성·김창종·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은 "사회구조 및 결혼과 성에 관한 국민의 의식이 변화되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다 중요시하는 인식이 확산돼, 간통행위를 국가가 형벌로 다스리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더 이상 국민의 인식이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또 "비록 비도덕적인 행위라 할지라도 본질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고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그다지 크지 않거나 구체적 법익에 대한 명백한 침해가 없는 경우에는 국가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현대 형법의 추세"라며 "전세계적으로 간통죄는 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지, 형벌을 통해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간통죄가 유책의 정도가 훨씬 큰 배우자의 이혼수단으로 활용되거나 일시 탈선한 가정주부 등을 공갈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이수 재판관은 "현실적으로 간통 및 상간 행위 중에는 사실상 혼인관계의 회복이 불가능한 파탄상태로 인해, 배우자에 대한 성적 성실의무를 더 이상 부담하지 않는 간통행위자 및 배우자 있는 상간자의 간통 같이 비난가능성 내지 반사회성이 없는 경우가 있다"고 봤다.

또 "애당초 배우자에 대한 성적 성실의무의 존재 개념을 상정할 여지가 없는 미혼인 상간자에게는 윤리적·도덕적 비난, 민사상 책임의 추궁 등을 통해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책임을 묻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국가가 일률적으로 모든 간통행위를 형벌로 규제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강일원 재판관은 "간통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법적 규제의 필요성은 인정된다"면서도, "배우자의 종용이 있는 경우 간통죄로 고소할 수 없는데, 처벌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국민이 국가 공권력 행사의 범위를 알 수 없다"고 위헌의견을 냈다.

반면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은 이정미·안창호 등 2명이다.

이들 재판관은 "간통은 단순히 윤리와 도덕적 차원의 문제라고만은 볼 수 없고, 간통이 사회질서를 해친다는 우리 사회의 법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간통죄의 폐지는 '성도덕의 최소한'의 한 축을 허물어뜨려 성도덕 의식의 하향화를 가져온다"며 합헌 의견을 냈다.

또 "처벌 조항은 징역형만을 규정하고 있으나 법정형의 상한 자체가 높지 않고, 죄질이 가벼운 간통행위는 선고유예까지 할 수 있으므로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경미한 벌금형에 처할 경우 간통행위자에 대해 위하력을 가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간통죄' 다섯 번 심판대…재판관 인식 변화

간통죄 처벌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대한 헌재의 판단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배우자 있는 자가 간통한 때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와 상간한 자도 같다'고 규정하고 있는 간통죄는 벌금형이 없이 징역형만 규정하고 있어 양형이 무거운 편이다. 1953년 형법에 규정된 이래 간통죄로 처벌받은 사람은 10만명이 넘는다. 그동안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간통죄에 대해 '혼인관계, 건전한 성 문화와 사회질서 유지에 필요하다'는 의견과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논란이 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위헌과 합헌 의견을 낸 헌재 재판관들의 인식도 달라졌다.

지난 1990과 93년엔 6:3, 2001년엔 8:1로 합헌 의견이 많았으나, 종전 결정일인 2008년에는 위헌과 헌법 불합치 의견(5명)이 합헌 의견(4명)보다 많았다. 위헌 결정에는 헌법재판관 6명 이상의 위헌 의견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족수에 단 1명이 모자라 간통죄 조항이 가까스로 합헌으로 결정됐다.

2008년 헌재는 "간통 및 상간행위를 제재하는 것은 정당한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며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도, "성에 대한 국민들의 법 감정이 변하고 있고,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행위 모두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위헌 의견을 밝혔다.

헌재는 2001년에도 "개인의 성적 문제에 대한 법 개입의 논란, 간통죄 악용사례 등을 들어 폐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헌재의 결정으로 간통죄가 폐지됨에따라 과거 간통혐의로 사법처리된 이들이 재심 청구 등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게 됐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8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간통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람이 5466명으로, 이들 중 22명(0.4%)이 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5월 헌법재판소법이 개정되면서 위헌 조항의 효력 상실 소급 범위가 '종전 합헌 결정이 있은 날의 다음 날'까지로 줄었고, 이에 따라 간통죄로 처벌받은 약 10만명 중 대부분은 재심이나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없게 됐다. 만약 재판이 진행 중이라면 공소 자체가 취소된다.

'간통죄'를 형사처벌로 제재할 수 없게된 만큼, 위자료 청구' 등 이혼을 위한 민사·가사소송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확실한 증거를 대상으로 간통죄를 형사처벌하는 법조항이 사라지는 대신, 이혼소송시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 위자료 산정 등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이진성 재판관은 "부부 일방의 부정행위로 인한 민사, 가사 문제 해결수단을 형사사건에서 찾기 보다는, 손해배상·재산분할청구·자녀양육 등에 대한 재판실무관행을 개선, 배우자와 자녀를 위해 필요한 제도를 강구해야 한다"며 재판실무의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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