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환자가 11명에 전파, '중동방문' 알리지 않아 사태커져

이지현 기자
2015.05.30 07:00

[메르스 확산 비상]첫 환자 11~18일 경기·서울 병원 돌아다녀…자발적 신고한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국내에서 빠르게 확산된 배경에는 첫 환자가 중동방문을 알리지 않아 사태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첫 메르스 환자는 지난 11~18일 한국에서 증상을 보였지만 중동지역 방문 사실을 알리지 않고 3곳의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았다. 지난 18일 환자는 네 번째로 서울의 한 종합병원을 찾았고, 병원이 환자가 중동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보건당국에 '메르스 의심환자가 폐렴 증상을 보인다'고 신고했다. 이틀 뒤인 20일 메르스 환자로 확진 판정을 내려졌고 국가지정 격리병상에서 치료 받고 있다.

메르스 감염 환자들은 모두 11~18일 사이에 첫 환자와 접촉했다. 12일과 14일, 15일 방문했던 A의원에서는 환자 진료를 도왔던 간호 인력이 감염됐다. 첫 환자가 18일 찾은 C의원에서는 진료했던 의사가 메르스에 감염됐다.

나머지는 모두 첫 환자가 B병원을 찾았던 15~17일 감염됐다. 때문에 환자가 중동 방문 사실을 빨리 알렸더라면 사태가 이렇게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9일 "의료기관에서 환자가 메르스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추가 환자가 발생했다"며 "중동지역 여행력이 빨리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첫 환자와 접촉했던 열 번째 환자는 22일 메르스 증상으로 의료기관을 찾았지만 환자와 접촉했다는 사실을 숨겼다. 25일 해당 병원을 두 번째 방문했을 때 환자의 부인이 메르스 환자와 접촉했다는 사실을 의료기관에 밝혔다. 병원에서 만류했지만 26일 중국으로 출국했다.

이에 따라 열 번째 환자와 같은 비행기를 탔던 26명과 환자의 부인·의료진·직장동료·공항직원 등 38명이 메르스 3차 감염 위험에 노출됐다.

비행기에는 중국인과 미국인, 캐나다인, 영국인, 파나마인 등 외국인도 63명이나 탑승해 메르스가 국제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환자와 의료진의 자발적 신고에 의존하는 현재 방역 시스템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열 번째 환자처럼 의도적으로 감염 위험 사실을 숨기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것이 보건당국 입장이다.

권준욱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의료진이 메르스 의심환자를 진료하고 신고하지 않을 경우 2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며 "메르스 환자가 역학조사를 기피하거나 거부할 때도 200만 원 이하 벌금, 자가 격리를 거부하면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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