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 증상을 보이는 만삭 여성이 정상 주수보다 아이를 일찍 낳은 후 폐렴 치료를 받기 위해 아이를 받아줄 NICU(신생아 집중치료실)를 찾고 있지만 석연찮은 이유로 타 병원들이 거부해 NICU를 찾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확인됐다.
이 여성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발생한 서울아산병원 환자이고, 메르스 증상 중 하나인 폐렴을 호소하고 있다. 임신부가 메르스 환자일 경우 '메르스 병원'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타 병원에서 전원을 거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아산병원이 폐렴증상을 보이는 임신부를 치료하기 위해 신생아를 받아줄 NICU를 수소문했지만 마땅한 자리를 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신부에게 질환이 생기면 아이의 주수를 고려해 분만 후 치료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임신 상태에서는 쓸 수 있는 의약품이 제한적이고 자칫 태아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산모의 의료진 역시 이 같은 치료 방법을 선택했지만 산모가 임신한 지 28주 정도 됐고 태아의 크기가 800g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가 됐다.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는 건강에 문제가 있는 아이를 치료하는 NICU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 서울아산병원에는 비어있는 NICU 병상이 없었던 것. 병상이 있는 타 병원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수소문 했지만 대부분의 병원에서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산모가 폐렴이 심해 아이를 낳은 후 치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들었다"며 "서울아산병원에는 NICU가 꽉 차 다른 병원의 베드를 찾는데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아산병원 신생아실에 자리가 모자라 이 병원, 저 병원으로 전화를 돌리며 아이만 보내면 안되겠냐고 묻고 있다"며 "하지만 요즘 같은 상황에 메르스 위험이 있는 폐렴 산모를 받을 병원도, 메르스 위험 산모의 고위험 신생아를 받을 병원도 찾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서울아산병원에서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청원경찰 외에 추가 확진 환자는 나오지 않았다.'메르스 환자'도 아닌 '메르스 위험 병원의 환자'이라는 이유로 치료를 거부당하는 사례가 현실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는 "메르스로 인한 과도한 공포가 환자들의 치료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메르스 환자 발생 병원은 외래 환자가 10% 수준으로 급감하는 등 상당한 타격을 받는 상황에서 의심 증상 환자를 받아줄 병원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신종플루 때도 발열 등의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거부하는 의료기관이 있었다"며 "이를 막기 위해 지역 내 의료기관과 보건소가 협의해 지역 거점병원을 정하고 발열이나 호흡기 환자가 안정적으로 치료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책적 지원 뿐 아니라 국민들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메르스 환자가 나온 병원으로 가는 것은 안전하다"며 "병원을 이용하고 시술을 받고 수술을 받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