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강물이 마르니 감자도 다 말라서…" 타들어가는 농심

춘천(강원)=김사무엘 기자
2015.06.16 11:40

[르포] 춘천 42년만에 최악의 가뭄 "기우제라도 지내야"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소양강댐 수위가 크게 낮아져 일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김사무엘 기자

"죽음이지, 죽음."

지난 15일 40년만의 최악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소양강댐 인근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이모씨(54)는 탄식하듯 한숨을 내뱉었다. 이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계속된 가뭄에 농작물이 전부 말라버렸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이달 말 감자 수확을 앞두고 있는데 비가 오지 않는 통에 감자 씨알이 크지 않다. 도저히 감자를 캘 수가 없다"며 "올해 작황은 지난해 절반 수준에 그칠 것 같다"고 털어놨다.

무더위가 계속된 이 날 소양강댐에 도착하자 한눈에도 낮은 수위가 눈에 띄었다. 소양강댐이 지어진 1973년 이후 최악으로 기록되고 있는 이번 가뭄으로 물속에 잠겨 있어야 할 메마른 황토 빛 바닥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기록적인 가뭄에 소양강댐 인근 농가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인 소양강 댐마저 말라버린 가뭄에 농가에서는 한숨 쉬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수십년동안 마을을 지키며 살아온 주민들은 이런 가뭄은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먹을 물도 부족해 논밭에 사용할 물이 귀해지자 지하수 공급용수를 두고 마을 주민들끼리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소양강 댐 인근에서 80년 넘게 거주 중인 이모씨(84·여)는 "평생 이런 가뭄은 처음"이라며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인근 저수지에 물을 받아두고 쓰는데 여기까지 말라버린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농업용으로 쓰는 지하수가 부족해 수돗물을 밭에 주고 있는데 비싼 수도 요금에 많이 주지도 못 한다"며 "잎이 노랗게 말라가는 작물을 보고 있으면 속도 타들어간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소양강댐 인근 한 농가에서 재배 중인 작물이 가뭄에 시들고 있다/ 사진=김사무엘 기자

농업용으로 쓰는 지하수마저 말라버리면서 주민들 간 갈등까지 벌어지는 모습이다. 주민 이모씨(70)는 "집마다 설치된 지하수 펌프에서 나오는 양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펌프를 작동하면 다른 집 수압이 약해져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윤모씨(74)는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는 집도 있는데 다른 집에서 지하수를 농수로 쓰다보면 먹을 물이 부족하다"며 "다른 집에서 밭에 지하수로 물을 사용하면 그러지 말라고 싸우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가뭄으로 농가의 걱정이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정부나 지자체 등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급속히 퍼지고 있는 가운데 힘든 내색을 하기도 어렵다고 털어놨다.

소양강댐 인근 한 마을이장은 "가뭄이 깊어지는데 물 한 방울이라도 도움 받은 것은 하나도 없다"며 "최근 메르스로 가뭄 피해에는 소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서운하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춘천시는 이에 대책마련에 나섰다. 시는 예비비 2억5000만원을 긴급 편성하고 중소형관정(지하수 우물) 109개를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포크레인, 살수차 임대, 대형 물통 구입비 등 우물 개발에 필요한 사업비를 긴급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 약속에도 최악의 가뭄 속에 주민들의 답답함은 가시지 않는다. 한 농민은 "기우제를 지냈다는 얘기도 있다"며 "가뭄이 들면 과부들이 소양강에서 물싸움을 하면 비가 온다는 미신이 있는데 그렇게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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