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주가 섭씨 30도에 육박하던 지난 15일 찾은 인천 강화군 내가면 고천리 고려저수지는 바닥을 다 드러낸 채 말라붙어 있었다.
콘크리트 둑으로 막힌 한쪽 벽면에 고여 있는 물이 아니었다면 저수지라는 것을 모를 정도였다. 곳곳에 웅덩이가 있었지만 저수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물의 흔적을 찾기 힘들었다.
저수지 가장자리는 풀조차 없이 황량했다. 2미터 높이의 둑은 물이 닿았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둑을 따라 내려가자 호수 바닥이었을 흙더미가 나왔다. 물기가 남아있을까 해 조심스레 발을 내딛었으나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흙먼지만 날렸다.
거북 등껍질처럼 갈라진 저수지 바닥에 이리저리 흩어진 물고기 사체들은 이곳에 웅덩이가 있었음을 짐작케 했다. 바싹 마른 물고기 사체들은 손을 가져다 대기만 해도 바스라 졌다. 물이 남은 웅덩이엔 물고기 한 마리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저수지 중앙부는 잡초로 뒤덮여 거대한 축구장을 연상케 했다. 콘크리트 둑이 없었으면 저수지를 둘러싼 퇴미산(338m)과 이어지는 벌판으로 보일 정도였다. 한편엔 무성히 자란 갈대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를 내기도 했다.
극심한 가뭄 탓에 저수지의 물을 농업용수로 쓰는 인근 농민들의 주름은 날마다 깊어지고 있다.
양모씨(56)는 "2주 전까지만 해도 저수지에 물이 좀 남아 있어 수로로 옮겨 사용할 수 있을 정도였다"며 "하지만 이젠 웅덩이까지 바닥을 드러내 양수기로도 물을 끌어쓰기 어려운 지경"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수지에서 3분 거리에 위치한 김모씨(68)의 논도 군데군데 바닥이 드러나 있었다. 김씨는 "지난달 초 모내기를 했는데 물을 충분히 못주면 작황이 3분의 1수준에 불과할 것"이라며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한 벼들이 있다. 이런 벼들은 다 버려야 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30년 가까이 농사만 지어서 아들, 딸 대학 보내고 결혼까지 시켰지만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이라며 "농민들끼리는 IMF때보다 더 힘들다는 말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포군청에 따르면 평소 1~5월까지 강수량이 292mm를 넘어야 하지만 올해는 지난 14일까지 126mm이 비가 오는데 그쳤다. 평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강수량 탓에 저수량(3800만톤)도 5%(190만톤)에 불과하다.
가뭄을 해소하고자 한국농어촌공사와 인천 강화군이 15억을 들여 지하수를 관정공사를 실시할 예정이지만 농민들은 '눈 가리고 아웅'이란 지적이다.
박모씨(61)는 "우물을 만들어 준다고 하고는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작은 구멍만 뚫어주고 간다"며 "이런 건 수도꼭지 정도에 불과해 농업용수로 사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며칠 전 비가 내렸지만 더위가 계속된다는 일기예보를 보면 희망조차 없다"며 "저수지에 조금 남은 물까지 모두 끌어 쓰면 농사를 어떻게 지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