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우성 기자 =
구청장에 취임한 후 어느 할머니 댁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 할머니는 속이 안 좋아 라면을 못 드셨다. 그런데 집에는 상당히 많은 양의 라면이 지원돼 그저 쌓여만 있었다. 또 치아가 좋지 않은 독거 어르신께 씹기 어려운 마른 반찬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나라 일선 복지서비스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전달체계가 공급자 위주로 구성돼 수요자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이에 성북구는 서울시 최초로, 찾아가는 수요자 중심의 복지서비스를 더 안정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지난 2014년 11월부터 올해 6월말까지 65세 도래 어르신 및 0세 영유아가정을 방문하는 보건복지플래너 시범사업을 사전에 실시했다. 이를 통해 생애주기별 보건복지 욕구를 파악하고 건강행태 등을 데이터화했다. 이 결과는 곧 찾아가는 복지서비스의 밑거름이 됐다. 시범사업을 통한 시행착오를 극복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던 직원들의 노고가 더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범 사업 이후 지난 7월 1일부터는 복지서비스가 필요한 주민에게 직접 찾아가는, 말 그대로 ‘찾아가는 동마을복지센터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기존의 복지행정 전달체계를 개편하고, 찾아오는 주민을 맞이하는 수동적 행정에서 벗어나 찾아가서 주민을 대하는 능동적 행정으로의 혁신까지 이루고자 한다.
모든 것이 전산화돼 앉은 자리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났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만 알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사람을 대하는 것, '사람이 희망'이라는 것을 현재 우리 주민센터 보건복지플래너들이 직접 실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회복지 전담인력을 대폭 확충, 동 주민센터에 전진 배치했고 ‘우리동네주무관’과 함께 찾아가는 방문행정으로 마을주민의 복지수요를 마을 자원과 연계 지원할 수 있도록 개편했다.
더불어 방문간호사를 각 동마다 배치해 복지서비스 뿐 아니라 주민들의 건강문제를 집중적으로 설계하고 관리하는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당뇨, 고혈압을 앓으면서도 자신의 병도 모르고 지냈던 어르신들의 건강관리가 동주민센터에서부터 시작됐다. 작은 병을 키워 고액의 병원비로 이중고를 겪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이 사업에서 가장 큰 호응을 보이는 분야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던 취약계층 주민이 잘못 알고있던 복지서비스 정보를 바로 잡아주는 일이다. 기초연금을 기초수급으로 생각하고 신청조차 하지 않았던 어르신의 서비스 신청을 도왔다. 가족관계가 단절된 채 외국에서 살다 국내로 들어온 1살배기 아이의 엄마에게 국내적응과 양육 및 다양한 보건 정보를 제공했다. 이번 사업 시행에 뿌듯함을 느끼게 해주는 훈훈한 이야기들이다.
성북이 추구하는 마을복지사업의 핵심은 복지수요 전달체계 개편을 통한 동행정 혁신만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삶의 문제를 주민이 스스로 자치역량을 길러 마을 중심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찾아가는 마을복지센터’의 실행은 마을복지사업의 도입단계라고 볼 수 있다.
‘마음이 모여 마을이 된다’는 성북의 마을사업 실행에 앞서 주민들이 손수 만든 슬로건이다. 기계적으로 제공하는 공급자 중심의 관공서가 아닌, 내려오는 복지를 시혜받는 수동적 자세의 주민이 아닌, 서로를 위하고 걱정하며 돌보는 적극적인 마음과 마음들로 마을을 만들어가고 싶다. 지역주민들이 주체가 돼 민관이 함께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할 수 있는, 그야말로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복지를 이루고 싶다.
누군가는 우리가 말하는 계획이 이룰 수 없는 이상향이 아닌지 반문한다. 그러나 세상을 변화시킨 역사는 조금은 무모해 보이는 작은 첫걸음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성북에서 시작된 작은 마을복지의 씨앗이 전국으로 퍼져 꽃으로 피어나 마침내는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영배 구청장 프로필
▲1967년 부산 출생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고려대 정책대학원 석사 ▲미국 시라큐스대 행정대학원 석사 졸업 ▲성북구청장 비서실장 ▲청와대 정책기획위원회·행사기획 비서관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기획실장 ▲민주당 중앙위원 ▲노무현재단 기획위원 ▲민선 5·6기 성북구청장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