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쉴 수 없는 경비원의 '휴식시간'

이재윤 기자
2015.08.20 18:38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경비원들의 휴식시간이 몇 시부터 몇 시까지인 줄 아는 입주민들은 얼마나 될까. 경비원들에게 정해진 휴식시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을까.

기자가 아파트 경비원들의 24시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다. 서울 강남의 E아파트에서 만난 경비원들은 휴식시간 얘기를 꺼내자 다들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24시간 동안 꼼짝없이 여기(경비초소)에 있어야 해요. 정해진 휴식시간이 있지만 방문차량이나 입주민들이 제 시간을 봐 주나요"라고 입을 모았다.

대부분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하는 아파트 경비원들은 순찰시간 이외에 휴식시간에도 근무초소를 벗어나지 못한다. 휴게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을 뿐더러, 그 사이 들어오는 차량이나 민원도 해결해야 한다. "휴식시간"이라며 민원을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특히 올해부터 경비원과 같은 '감시·단속적 근로자'도 최저임금 100%를 보장받게 됐다. 그러나 근무시간 외 식사·휴식 때도 일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실상 '24시간 근무' 탓에 현실의 월급봉투는 '최저 아래'인 경우가 허다하다.

일부 대형 아파트들에선 경비원들에게 최저시급 5580원을 맞추기 위해 휴식시간을 늘리는 '꼼수'를 쓰기도 한다. 분명 시급은 올랐지만 휴식시간이 늘어난 탓에 경비원들이 손에 쥐는 월급은 이전과 같다. 반면 늘어난 휴식시간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들은 전무하다.

제도는 변했지만, 경비원들의 팍팍한 현실에는 조금도 변화가 없는 셈이다. 노동계에서 근무 환경 개선 없는 임금 인상을 두고 '미봉책'일 뿐이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아파트 경비원들의 처우 논란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툭하면 반복되는 입주민들의 폭언과 폭행 등 '갑질', 고강도 노동 등은 여전하다. 게다가 휴식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이들의 일터는 가혹함 그 자체다.

그럼에도 기자가 만난 많은 경비원들은 스스로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 또 이들은 한 목소리로 "대부분 입주민들은 좋은 분입니다. 몇몇 분들이 문제지요"라며 입주민들과의 깊은 유대감을 업무의 가장 큰 보람으로 꼽기도 했다. "휴식시간인데 죄송합니다", "고생 많으십니다"라며 입주민들이 배려로 화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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