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균충, 일베충, 유족충…. 최근들어 참 많은 '충'이 등장했다. 언젠가부터 우리들은 개념이 없고 몰상식한 사람을 비판하고 싶을 땐 '벌레' 취급해버린다. 즉 '비판 대상+충(벌레)' 형식이다. 한낮 유행어에 지나지 않는다고 치부해버렸는데 요즘들어 여기저기서 쏟아져나오는 충들에 머리가 근질거린다. 어쩌다 사람을 벌레 취급까지 하게 됐을까, 한숨부터 나온다.
급기야 '맘충'까지 등장했다. '자녀 사랑을 핑계로 몰지각한 행동을 하는 엄마'를 일컫는 말이다. 주로 카페나 음식점, 대중교통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장소에서 자녀의 돌발행동을 방조하거나 두둔하는 엄마에게 쓰인다. 자신에게는 끔찍하게 사랑스러운 아이도 타인에게는 그저 남일 텐데, 이런 사실을 모르는 일부 엄마들 때문에 전체 엄마가 욕을 먹고 있다. 엄마라는 숭고한 이름이 어쩌다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했는지 씁쓸하다.
하지만 조금 객관적으로 들여다보자. 남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사람이 어디 엄마뿐이랴. 이기적이고 무개념인 사람은 남녀노소 누구에게서나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아빠는? 육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사람이 대부분 엄마여서 그렇지, 양육은 공동의 책임이다. 그런데 '아빠충' '파파충' 이런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왜 엄마에게만 이런 표현을 하는 걸까.
먹고사는 게 힘들어지면서 사람들은 분노를 표출할 곳을 찾기 마련이다. 자극적인 정보와 익명의 댓글이 허락되는 인터넷, SNS 등은 더할 나위 없이 적당한 공간이겠다. 이 공간을 통해 분노는 확대, 재생산되는데 문제는 분노를 불러일으킨 원흉에 화낼 생각은 엄두도 못내고 약자에게 분풀이를 하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그 약자 중 하나가 엄마다. 생각해보라. 엄마는 늘 누군가의 대상이었다. 어렸을 땐 투정의 대상, 커서는 불평불만의 대상. 즉 엄마는 가장 중요한 사람이지만 현실적으로는 '화풀이의 대상'이다.
자극적인 신조어를 마구잡이로 쓰는 우리 언론에도 책임은 있다. '무개념 엄마'에 한정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해석하기에 '맘충'이란 표현은 너무 포괄적이다. 소수가 아닌 엄마 전반을 지칭하면서 여성혐오로 확산될 수도 있다. 그런 행동을 한 '이기적인 사람'이 우연히 엄마였던 것이지, 모든 엄마가 이기적인 것은 아니지 않나. 일부 무개념 엄마의 잘못된 행동을 비판해야지, 모두를 비하해서는 안된다.
시인 박지웅은 '엄마'를 이렇게 회상한다. '나를 낳은 뒤 나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여인은 자식들에게 다 퍼주고 찬밥을 먹는다.' '맘충'이라고 비판받는 엄마들도 방법이 잘못된 것이지, 모두 이런 마음이었을 것을…. 감정에 호소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모든 엄마가 벌레가 돼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