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복지-구청장 릴레이 기고]미래를 준비하는 첫걸음

뉴스1 제공
2015.09.02 06:05

차성수 서울 금천구청장

(서울=뉴스1) 장우성 기자 =

차성수 금천구청장© News1

“아이들을 돌봐야 해서 겨우 살고 있긴 한데, 버티기가 너무 힘들어요.”

2013년 2월, 희귀병에 걸린 두 아들을 힘겹게 돌보던 어머니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보살핌의 손길을 잃은 둘째 아들은 한 달 만에 폐렴으로 숨졌다. 그 일이 있기 2년 전, 어려움 속에서도 가정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일하던 아버지가 사고를 당했는데 관절수술비 200만 원을 마련하지 못했고, 그렇게 잔인한 생활고는 시작되었다.

왜 그분들의 어려움을 더 일찍 발견하지 못했는지, 왜 안타까운 죽음을 막지 못했는지, 구청장으로서 하는 모든 일이 부끄러워졌다. 한동안 심한 자책감을 지울 수 없었고, 2년 전의 일이지만 그 슬픔은 여전히 내 안에 책임감, 사명감과 함께 자리해있다.

우리사회는 40년간의 급격한 경제성장 이후 IMF사태를 기점으로 임금과 소득, 실업과 고용문제 등 노동과 관련된 직접적 빈곤과 생존권의 문제가 터져 나왔다. 동시에 지역에서 발생하는 생활상의 곤란을 총칭한 개념으로서의 현대적 빈곤(환경, 교통, 복지, 의료, 교육, 주택 등 도시의 집적 불이익이나 사회적 공동소비의 부족)과 더불어 이중적 빈곤화 과정이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이중적 빈곤에 직면한 사회적 약자는 국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날로 복잡·다양화되는 현대사회에서 요구의 양은 증가하고 속도는 빨라지는데, 요구의 충족범위는 제한적이고 처리속도는 더욱 느려진다. 그 결과 사회적 약자가 의존해야하는 제도적 장치로서의 국가행위는 한계가 많아지고 정당성도 약화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거대한 중앙정부보다는 지방정부의 기민한 역할이 더 필요한 까닭이다.

양극화된 사회와 더불어 급격한 고령화 과정은 복지국가로의 빠른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월부터 본격적으로 출발한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 사업은 매우 중대한 결정이며 그 시사점이 크다. 서울은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들이 집약된 도시다. 상징적으로, 또 현실적으로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는 복지행정의 대전환에 나섰다.

관공서의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열악한 노동환경, 거동의 불편함, 자존감이 결여된 심리상태의 복지대상자에게는 여전히 존재하는 벽이 있다. ‘주민이 찾아오는’ 복지에서 ‘주민을 찾아가는’ 복지로의 전환을 통해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하고 도움이 필요한 주민에게는 적기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각 동에 배치된 우리동네주무관, 복지플래너, 방문간호사, 복지상담전문관을 통해 선별적 복지를 넘어선 보편적 복지로의 첫 걸음을 뗐다.

복지행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공하는 서비스의 정도가 아니라 바로 전달체계의 효율성이다.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 사업을 통해 서울시는 복지전달체계의 혁신을 시작했다. 더불어 복지 인력을 대대적으로 충원했다. 발로 뛰고,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추가 인력이 필요했는데, 열악한 지방재정 상황에서도 서울시가 상당부분의 인건비를 부담하는 결단을 내렸다. 시스템을 개선하고 인력을 충원함으로써 이 사업에 대한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87년 체제 이후 대부분의 시간 동안 민간의 역동성이 공공의 역할을 압도해왔다. 인구절벽, 고용절벽, 재정절벽 등 지금 우리 앞에는 수많은 위기와 위험을 내포한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하는 역할은 공공의 책무다. 시간이 많지 않다. 먼저 출발하는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길 바라본다.

◇차성수 금천구청장 프로필

▲1957년생 ▲서울 휘문고 졸업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고려대 대학원 사회학과 석·박사과정 졸업 ▲동아대 사회학과 교수 대통령 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 ▲청와대 사회조정 1비서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 ▲민선 5·6기 금천구청장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