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중이던 군인과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가정집의 주인이 군인을 살해한 혐의를 적용받았다. 경찰은 집주인이 군인으로부터 생명을 위협받아 '정당방위'로 대처했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자신의 집에 침입한 군인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양모씨(36)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양씨는 24일 오전 5시30분쯤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 무단 침입한 육군 상병 장모씨(20)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결과 장씨는 문이 열려 있던 양씨의 집에 들어가 양씨의 동거녀 박모씨(33·여)를 살해하고 양씨를 해치려다 양씨에게 흉기를 뺏겨 살해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제출된 피의자 신문조서에서 양씨는 "자다가 비명 소리를 듣고 나가보려던 중 장씨가 나를 밀쳐 뒤로 넘어졌다"며 "몸싸움 끝에 흉기를 빼앗아 장씨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장씨가 흉기로 사용한 부엌칼과 같은 세트인 칼을 새로 발견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조사를 의뢰했다. 현재까지 새로 발견된 칼에서 혈흔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양씨가 "장씨와 전혀 면식이 없다"고 진술함에 따라 박씨와 장씨와의 관계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다만 경찰은 현장에서 장씨의 휴대폰을 확보, 박씨와의 연락 여부를 확인했으나 최근 한달까지 서로 통화한 내역은 없으며 연락처도 저장돼 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건 당시 장씨는 가정집 입구의 왼쪽에 위치한 방에서 발견됐으며 박씨는 거실에서 발견됐다. 양씨는 피를 흘리며 대문 앞으로 나와 주변에 도움을 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오전 5시33분쯤 비명소리를 들은 행인이 경찰에 최초 신고했으며 1분 뒤 경찰이 도착했으나 장씨와 박씨는 이미 숨져 있었다. 양씨는 장씨와 격투를 벌이던 중 부상을 당하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는 강원도 고성시 소재 육군 22사단에서 정상 복무 중인 상병으로, 지난 22일 휴가를 나와 서울 노원구 하계동에 위치한 큰아버지댁에 머물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장씨가 양씨의 집에 들어간 이유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인근 주민들은 "장씨로 추정되는 사람이 사건 현장 인근에 위치한 주택의 대문을 두드리고 유리창을 깼다"고 진술했으며 인근 주택 대문 등에서는 신원 미상의 혈흔이 발견됐다. 그러나 경찰은 CCTV(폐쇄회로TV) 화면 등 증거가 충분치 않아 장씨의 소행으로 확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장씨가 주택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찍힌 CCTV와 장씨의 휴대폰 등을 조사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양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은 아직 없다"며 "양씨의 행위가 정당방위였을 가능성도 열어놓고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