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입니다. 부재중이시네요. 그런데 000로 거주하시는 것 맞아요?"
"네? 잠시만요. 확인 좀 해보겠습니다."
추석 연휴 전 업무 도중에 받은 택배기사의 전화 한 통. 부재중이라서 연락했다는 그는 대뜸 택배박스에 적힌 도로명주소를 부르며 기자의 집주소가 맞느냐고 물었다. 예전에 한 번 알아뒀음에도 막상 물어보니 맞는지 확신이 가지 않아 재차 확인한 후에야 택배기사에 맞다고 알려줄 수 있었다.
정부가 도로명주소를 사용키로 한지 2년이 다됐지만 국민들의 사용은 실제로 저조한 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조사한 결과 국민들의 59.5%는 바뀌기 전의 '지번주소'를 사용한다 답했고, 정부 조사 결과에서도 올해 7월 기준 도로명주소 택배활용도는 23.5%에 머물렀다. 자신의 거주지 도로명주소를 알고 있는 국민도 54.8%에 불과했다.
도로명주소를 쓰지 않는 가장 큰 이유를 주위에서 찾아보면 '굳이 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란 답이 많이 나온다. 정부는 도로명주소를 활용하면 길 찾기가 쉽다 하지만, 실상 국민들은 100년 가까이 써온 지번주소가 익숙할 수밖에 없다. 특히 도로명주소에는 구체적인 위치 파악을 위한 동주소가 빠져있어 불편하단 지적이 많다.
게다가 최근에는 대다수 국민들이 스마트폰 지도앱이나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활용해 주소를 찍고 길을 찾아가는 실정이라, 굳이 도로명주소를 다시 배워서 쓸 필요를 못 느낀다는 것도 사용률 저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정부가 처음 도로명주소를 부여할 당시 기존 지역의 역사적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제멋대로 부여해 국민들이 익숙해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컨대, 경상남도 김해시 주촌면 농소리는 조선시대에 농사짓는 농소(農所: 옛날 세력가들의 농장을 일컫는 말)가 있었다고 해 오랜 기간 쓰여온 지명이다. 하지만 정부는 도로명주소에서 '농소리'를 빼버리고 '골든루트로'란 이름을 붙였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입장에선 지역 유래와 무관한 낯선 외래어가 익숙할 턱이 없다.
하지만 도로명주소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는 국민들이 왜 익숙해지기 힘든지, 또 왜 쓰기 불편한지에 대한 문제를 '홍보부족'으로만 잘못 파악하고 있다. 실생활에 쓰기 편한데 방법을 몰라 쓰지 못하고 있으니 알려줘야 한단 것이다. 이에 운전면허시험에 도로명주소를 필수 출제하고, 개정교과서에도 반영한다는 하반기 홍보 확대 계획을 세웠다. 행자부가 지금까지 도로명주소 활성화를 위해 투입한 홍보예산만 이미 4000억원이 넘는다.
국민들에게 편한 제도라면 굳이 홍보하지 않아도 알아서 쓴다는 걸 행자부는 지금이라도 알아야한다. 홍보만 강요할 게 아니라, 기존부터 쓰던 동주소를 병행하거나 도로명주소 명칭을 지역특성을 반영해 개편하는 등 근본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