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국감, '대통령 지시사항' 공방…2차례 정회 '파행'(종합)

황재하 기자
2015.10.07 00:09

[2015 국감]野 "대통령이 사실상 수사 지휘" 의혹 제기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사진=뉴스1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대해 구체적인 지시를 여러 차례 내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검찰총장이 구체적인 사건의 수사에 대해 대통령의 지휘를 받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 의원들은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같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법무부와 대검찰청 사이 공문을 공개하라고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국감은 2차례 정회되는 등 파행을 겪었다.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52·전북 익산갑)은 6일 국감에서 법무부가 검찰총장에게 보낸 공문 목록을 공개하며 지난해 2월 이후 총 12건의 '대통령 지시사항' 관련 공문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검도 '대통령 지시사항 관련 대책안 제출' 등과 같은 공문을 법무부에 4차례 보냈다고 지적했다.

이춘석 의원은 "검찰총장이 법무부에서 대통령 지시사항을 하달받고 추진계획을 작성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해당 공문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73·전남 목포)도 "대통령이 법무부를 통하건 어디를 통하건 검찰에 구체적인 수사를 지시하고 서면으로 보고를 받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김진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 지시를 받아 일반적인 검찰 업무를 지휘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수사 지휘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은 "행정부 수반으로서 대통령이 일반적인 검찰 업무에 대해 언급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대통령이 '부정부패가 만연한데 척결해라'와 같은 지시를 했다면 장관이 총장에게 지시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의 해명에도 야당 의원들이 계속 공문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며 국감은 2차례 정회됐다.

1시간30분에 걸친 첫 정회 시간 동안 일부 의원은 대검이 샘플로 제공한 일부 공문들을 확인했다. 이후 대검은 "수사계획이 포함돼 있어 전부 공개하는 것이 곤란하다"며 공문 일부만 공개했다. 공개된 공문은 '원전자료유출 관련' '추진계획' '세부교육' 등 제목과 부제만 담고 있었다.

이후에도 야당 의원들의 공세는 계속됐다. 이춘석 의원은 "오늘 온종일 싸워서 본 것이 이것뿐"이라며 유감을 표했고, 같은 당 전해철 의원(53·경기 안산 상록구갑)도 "수사 기밀 내용을 지우고 나머지를 공개하거나 오늘 요구에 응하지 못한다고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법사위원장인 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57·대전)은 "국회에서 서류 제출을 요구받은 경우 직무상 기밀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거부할 수 없다"며 다시 정회를 선언했다. 2시간30분 동안 이어진 정회 기간에도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결국 국감은 예정된 여야 의원들의 질의를 마치지 못한 채 자정을 1분여 앞두고 종료됐다.

여야 의원들은 모두 국감이 파행을 맞은 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

야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은 "대검이 (서류를 공개하지 않아) 어찌보면 국회를 모독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간사인 이한성 의원(58·경북 문경 예천군)도 "이춘석 의원에게 대검이 제출한 자료는 너무나 부족했다고 생각한다"며 "국민들께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상민 의원은 "국회가 헌법으로부터 위임받은 중요한 책임인 국감을 실시하는데 살아있는 법을 무시당하는 것을 위원장으로 묵과할 수 없다"며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검 국감이 공문 공개 여부를 둘러싸고 파행을 겪은 만큼 오는 8일로 예정된 법사위 종합 국감에서도 이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전해철 의원은 "종합 국감에서 충분히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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