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성소수자 총학생회장 "다양성 존중하는 서울대 '확인'"

김민중 기자
2015.11.20 18:41

[인터뷰]서울대 차기 학생회장단 당선자 김보미·김민석 당선자

/사진제공=뉴스1

"서울대가 다양성을 존중하는 공동체라는 걸 확인했어요."

20일 오후 서울대 관악캠퍼스 학생회관에서 취재진과 만난 소비자아동학부 12학번 김보미씨(23·여)와 정치외교학부 14학번 김민석씨(19)가 취재진에게 건넨 말이다. 두 사람은 전날 실시된 제58대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각각 총학생회장, 부총학생회장에 당선됐다.

신임 회장단이 다양성을 언급한 이유는 총학생회장 당선자인 김보미씨가 성소수자기 때문이다. 김보미씨는 선거 실시 전 간담회에서 "나는 레즈비언"이라고 '커밍아웃'해 학교 안팎에서 큰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김보미씨가 당선된 것은 그만큼 서울대가 성소수자에 대한 '터부'에서 자유롭다는 설명이다.

김보미씨는 "커밍아웃을 할지, 만일 한다면 어떤 시점에 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며 "두 가지 핵심 공약 중 하나인 다양성 존중에 기여하기 위해 커밍아웃을 하기로 했고 공약에 대한 학생들의 지지를 확인하기 위해 선거 전으로 커밍아웃 시점을 정했다"고 말했다. 나머지 핵심 공약은 학생자치 확립이다.

이어 김보미씨는 "나뿐만 아니라 성소수자이면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없는 사람들이 교내에 많을 것"이라며 "총학생회장 후보라는 어느 정도의 직책을 가진 사람이 커밍아웃을 하고 직접 총학생회장에 당선되면 그들에게 많은 힘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또다른 커밍아웃의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김보미씨가 지지만 받은 건 아니었다. 일각에서는 "자신의 성적 지향을 이용해 표를 얻으려고 한다" 등의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에 대해 김보미씨는 "선거기간 안에 하는 모든 행동은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을 수밖에 없다"며 커밍아웃이 당선을 위한 '승부수'였다는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김민석씨는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렇게 비판하는 사람들은 '서울대 학생들이 우리 후보자들의 면면에 대한 혹은 공약에 대한 평가보다는 커밍아웃 하나만 가지고 평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라며 "그만큼 서울대 학생들을 평가절하 한 것인데 그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었다"고 했다.

한편 18년 만에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연장투표 없이 본투표만으로 당선인이 결정된 것에 대해 김보미씨는 "커밍아웃과 더불어 종교의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한 김민석씨의 '전도 제재' 공약 등이 공감을 샀고 총학생회 선거와 단과대학생회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며 선거에 집중도가 높아진 점도 투표율을 끌어올린 동력"이라고 분석했다.

다시 김민석씨는 "교내의 다양한 문제들, 그리고 교외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등 문제들이 겹치면서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대변하는 총학생회의 필요성이 커진 점 역시 학생들을 투표장으로 불러 모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김보미씨와 김민석씨는 3일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당선인으로 확정되며 오는 12월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김보미씨는 "현 총학생회로부터 인수인계 작업을 시작했다"며 "당분간 교내 문제와 더불어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나 민중총궐기 등 문제에 대해서도 연속성을 지키는 차원에서 일을 넘겨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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