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한 검사에 이어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수사했던 검사들도 감찰하면서 검찰 안팎에서는 권력형 부정부패 사건을 맡았던 검사 누구든 사후적으로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검 인권침해점검 태스크포스(TF)는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와 엄희준 광주고검 검사·강백신 대구고검 검사 등 10명에 대한 감찰을 진행 중이다. 박 부부장검사는 수원지검에서 쌍방울의 불법 대북 송금 사건 수사를 맡았던 검사다. 엄 검사 등 9명은 서울중앙지검에서 2022~2024년 대장동 사건 수사·기소를 담당한 이른바 '2기 수사팀' 검사들이다.
박 부부장검사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 그룹을 통해 북한에 800만 달러를 불법 송금하고 억대 뇌물을 받은 사실을 규명했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대법원에서 징역 7년8개월을 확정받았다. 그러나 박 부부장검사가 수사 과정에서 이 전 부지사를 회유해 이재명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끌어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일로 직무집행 정지까지 당한 상태다.
엄 검사 등 9명은 대장동 사건 관련 별건 수사로 피의자를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회유했다는 의혹과 위례신도시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정영학 녹취록 조작과 관련해 허위 공문서를 작성했다는 의혹 등에 대한 감찰을 받고 있다.
두 사건 모두 권력형 부정부패 범죄라는 점에서 검찰 내부에서는 우려가 나온다.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는 최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사 개인의 비리가 아니라 예전에 수사한 것 때문에 온갖 고초를 겪고 정치권의 부당한 공격에도 온전히 혼자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명백한 위법인 국정조사를 통해 재판 중인 사건의 수사 검사들을 데려다 조리돌림을 하면서 인격을 훼손하고 사건의 본질을 뒤틀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찰 외부에서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거 수사가 감찰 대상으로 되돌아오는 선례가 굳어질 경우 살아 있는 권력을 겨눈 수사를 누가 할 수 있겠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지금은 특정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에 대한 감찰이지만 현장에선 결국 '다음은 나일 수 있다'는 식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이런 분위기가 쌓이면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은 처음부터 손대기 어려워진다"고 했다.
실제 검찰 내부에서는 벌써 정치 사건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정치권의 공격을 감수하느니 금융이나 조세·공정거래처럼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퇴직 후에도 해당 분야 전문 변호사로 커리어를 이어가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한 검찰 관계자는 "자칫하면 못 볼 꼴을 다 보기 때문에 요즘은 정치 사건을 맡고 싶어 하는 검사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검찰이 정치 사건을 하다가 이 꼴이 나지 않았느냐.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