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해 생산비를 낮춘 후 프리미엄으로 포장해서 비싸게 판매하는 '차별화전략'을 추구한다면, 샤오미는 원가 또는 원가에 근접한 가격에 판매하는 '비용우위전략'을 추구한다.
애플 '아이폰6'가 5288위안(약 92만원)인 반면, 샤오미의 주력 모델 'Mi4'의 가격은 1999위안(약 35만원)이다. 웨어러블 밴드인 '미 밴드'는 1만3700원, 스마트 체중계는 1만9900원, 공기청정기는 14만9000원, 최근 출시한 전동스쿠터 '나인봇 미니'는 35만원이다.
11.6mm 두께의 60인치와 55인치 UHD(초고화질) TV인 'Mi TV3'도 각각 89만원과 71만원으로,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인터넷 최저가가 230만원인 60인치 UHD TV의 가격과는 견줄 수 없는 시장 파괴적이다.
2013년 샤오미의 매출은 43억달러(약 4조7000억원), 이익은 5600만달러(약 615억원) 수준이다. 같은 해 애플의 중국에서의 매출은 254억달러(약 27조9000억원), 이익은 85억달러(약 9조3400억원)였다. 샤오미의 매출은 애플의 6분의 1, 이익 면에서는 150분의 1 수준인 셈이다.
그런데 샤오미가 이렇게 적은 이익을 내면서 스마트폰 외 수많은 가전제품들까지 저가에 파는 이유를 단순히 비용우위전략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향후 샤오미보다 더 시장 파괴적인 저가전략을 추구하는 회사가 등장한다면 샤오미의 경쟁력은 순식간에 위태로워질 수 있다.
‘샤오미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샤오미의 전략이 치밀하다’, ‘이젠 대륙의 실수가 아닌 대륙의 실력이다’라고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바로 샤오미의 야심이 향후 모바일 생태계 장악에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서 수익을 내겠다는 전략이다.
샤오미가 스마트폰을 파는 것은 아마존이 킨들(Kindle)을 파는 것과 유사하다. 싼 값에 하드웨어를 보급한 뒤 자체 개발한 플랫폼에서 게임을 팔고 영화를 팔고 전자책을 팔아 수익을 내는 것이다.
아마존이 킨들, 태블릿PC 파이어를 저렴하게 판매한 후 전자책·비디오 등 콘텐츠와 서비스를 판매해 이윤을 남기는 것처럼 샤오미도 ‘샤오미 생태계’를 구축해 게임이나 온라인 서비스를 판매해 수익을 얻는다는 것이다. 스마트 TV를 저가에 출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샤오미의 이러한 전략은 사물인터넷(IoT)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다. 하드웨어를 저렴하게 판매해 유저 기반을 넓힌 후 자체 운영체제인 MiUI로 묶는다면 스마트홈을 비롯한 사물인터넷 시장을 충분히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13억 인구의 중국 시장만 제대로 공략해도 승산이 있지 않겠는가?
예를 들어 13억 중국인들이 외출 후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오면 손목에 차고 있는 ‘미 밴드’를 인식한 샤오미 스마트전등이 자동으로 켜지고 샤오미 공기청정기와 정수기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또 샤오미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샤워를 마치고 샤오미 체중계에 오르자 몸무게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샤오미 스마트폰에 연동된다. 침대에 누워서도 샤오미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조작 가능한, 정말 손 하나 까딱 안 해도 되는 세상이 도래하는 것이다.
샤오미는 이미 자사 가전제품으로 꾸려진 스마트홈 브랜드 '미홈'(Mi home)을 출시했다. 샤오미의 정수기, 체중계, 수질검사기, 스마트폰, 고화질 TV, 전구 등은 미홈 하나로 연결된다.
사물인터넷은 생활 속 사물들을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해 정보를 공유하는 환경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들이 정보를 주고받으려면 인간의 ‘조작’이 개입돼야 했다.
사물인터넷 시대가 열리면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는 사람의 도움 없이 서로 알아서 정보를 주고 받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블루투스나 근거리무선통신(NFC), 센서데이터, 네트워크가 이들의 자율적인 소통을 돕는 기술이 된다. 여기서 핵심은 기기나 연결이 아니라 서비스다. 기기를 만드는 것과 통신은 하나의 수단일 뿐, 핵심은 첨단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사물인터넷 시장은 이미 구글, 삼성, 애플, 아마존, 시스코 등이 노리는 초대박 시장으로 전세계 사물인터넷 시장은 연평균 26% 성장해 2020년에는 1조달러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애플의 IoT OS ‘홈 키트’는 아이폰의 음성인식 기능인 ‘시리’를 통해 조명기구, 가전제품, 온도조절기 등을 제어할 수 있고, 구글은 조명, 지붕 개폐장치, 집안용 CCTV 등을 선도하는 IoT 업체 ‘네스트’를 인수해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사물인터넷은 우리나라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산업으로, 지난 9월 기준 국내 사물인터넷 가입자는 40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 가입자는 29만3000여명으로 8개월만에 약 4배가량 늘었다.
샤오미는 핵심역량인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통해 사물인터넷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샤오미가 비용우위전략을 추구하는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샤오미의 본질이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회사라는 점을 받아들이면 이해하기 쉽다.
샤오미는 창업자 레이쥔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의 기술자들과 만든 회사로 태생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다. 레이쥔도 중국 소프트웨어 기업 ‘킹소프트’ CEO(최고경영자) 출신이며, 샤오미가 안드로이드 UI(사용자환경)를 기반으로 다시 개발한 MiUI는 안드로이드보다 더 아름다운 UI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애플, 구글, 아마존을 합한 회사라고 할 수 있는 샤오미의 비용우위전략의 목적은 저가의 하드웨어를 보급해 사용자 기반을 빠르게 확산시킨 후 소프트웨어를 통해 수익을 확보하고 사물인터넷 시장을 포함한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 생태계를 장악하겠다는 치밀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당장은 수익성이 떨어지지만 ‘때를 기다리는 현명한 전략’인 셈이다.
스마트한 전략이란 다음 수를 미리 예측하는 것이다. 당신은 어떠한가? 샤오미처럼 미래 트렌드를 고려한 선견지명의 전략을 펼치고 있는가, 아니면 당장에 급급한 단기 전략을 펼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당신 기업의 수명을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