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많았던 원샷법, '빛좋은 개살구' 안되려면

황국상 기자
2016.05.09 08:03

[the L리포트][원샷법 시행 D-100일]① "세제혜택 등 부족" 지적, 기업결합 심사는 별도 전략적 검토필요

산업단체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 초 국회에서 원샷법(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원샷법은 과잉공급 단계의 정상기업이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때 세제혜택이나 행위규제 완화를 규정, 산업경쟁력 강화를 도모토록 했다. /사진=김지산기자

올 초 박근혜 대통령의 입법촉구 서명으로 주목을 받았고 입법과정에서도 여야간 치열한 논쟁을 초래했던 원샷법. 올 2월 공포된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과 함께 기업 구조조정 3대 수단을 정립한 계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통합도산법은 법정관리(회생절차), 파산을 다루고 기촉법은 금융채권자 위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을 규율한다. 법정관리나 파산은 사업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지 않고서는 변제기에 채무를 변제할 수 없을 경우에, 워크아웃은 부실징후가 생긴 기업의 재무개선을 위해 각각 쓰인다.

이에 비해 원샷법은 상대적으로 정상범위에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선제적 구조조정을 규율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워크아웃 개시요건인 부실징후가 나타나기 전에 부실여지를 없애기 위한 입법이라는 얘기다. 원샷법은 구조조정 단계에서 불가피하게 진행되는 합병·분할, 회사의 처분·신설, 지분이전·취득 등의 과정에서 종전의 상법, 자본시장법, 공정거래법 등에서 규율하던 각종 규제를 유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영승계나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에 대한 부당한 지원 등에 악용될 경우 사업재편승인이 거절되는 것은 물론 이미 승인된 계획이라도 사후적으로 승인취소 처분이 내려진다. 승인취소시에는 그간 받았던 재무적 혜택을 모두 반납해야 한다.

이처럼 복잡하게 세 개의 법률을 통해 별도의 구조조정 방안을 규율하게 된 이유는 구조조정의 패러다임이 변화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기업들이 직면하게 될 구조조정은 종전과 판이하게 다른 이유로 개시되고 구조조정의 진행양태도 그만큼 다르다는 얘기다.

이종철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2실장은 "금융위기 때만 해도 구조조정의 원인은 대외여건 악화로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등 재무적 요인이 다수였다"며 "이같은 경우에는 구조조정을 통해 신속한 턴어라운드(실적개선)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최근에는 공급과잉이 구조조정의 새로운 키워드로 부상했다"며 "공급과잉으로 기업본연의 경쟁력을 상실한 최근의 경우에는 과거처럼 만기연장, 출자전환 등 채무조정으로 기업을 정상화시키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개별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뿐 아니라 산업차원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는 얘기다.

원샷법은 기업이 선제적으로 사업재편을 통한 혁신을 추구할 때 기존 법령의 규제를 대폭 완화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업이 사업재편 계획을 신청하면 해당사업에 관련한 정부 주무부처는 30일 기한 내에 이를 검토한 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민간위원 등 16명으로 구성된 '사업재편계획 심의위원회'가 이를 심의한다. 해당 심의가 통과되면 지원특례 등의 내용이 기업에 전달된다. 관련 특례나 지원은 최장 3년간 적용되며 최장 2년간 사업재편계획 및 관련특례가 연장될 수 있다.

법무법인 세종이 최근 원샷법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합병, 분할, 분할합병, 주식이전·교환, 영업양수도와 관련한 주주총회 소집통보 기간의 경우 원샷법은 7영업일로 규정해 상법·자본시장법 상 규제(2주일 전)보다 완화됐다.

주주명부 폐쇄 공고나 서류비치기간도 기존 법들이 '2주일 전'으로 규정하고 있음에 비해 원샷법은 '7영업일'로 줄였다. 채권자 보호절차 기간도 종전 법은 최소 1개월 전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원샷법은 이를 '10영업일'로 줄였다. 사업재편 과정에 반대하는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때 해당지분을 사들여야 하는 기간도 종전 1개월(상장사의 경우, 비상장사는 2개월)에서 3개월(상장사의 경우, 비상장사는 6개월)로 늘어났다.

합병 후 중복자산을 처분할 때도 종전에는 양도차익이 존속법인에 익금으로 산입됐다. 이익이 늘어나는 만큼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셈이다. 원샷법은 이 경우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이연을 허용하고 종전에는 자본금 증가액에 대해 부과된 0.48%의 등록면허세가 절반으로 감면된다.

자회사 지분을 가지고 있던 주주회사가 해당 자회사의 채무를 변제한 후 자회사 지분을 전부양수하는 등의 경우 원샷법은 주주회사가 해당 변제액을 손금에 산입할 수 있도록 했다. 자회사의 채무면제 이익에 대해서도 일정기간 과세가 이연되는 점도 원샷법의 특례 중 하나다.

지배구조와 관련한 공정거래법상 규제가 완화된다는 점도 원샷법의 특징이다. 세종 주최 세미나에 참가한 산업자원통상부 관계자는 "기업이 신청하는 사업재편 계획에 기업결합과 관련한 내용이 포함돼 있을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심사결과에 따른 불확실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를 감안해 사업재편계획을 신청한 시점에 공정위에 기업결합심사를 동시에 신청한 걸로 간주해 심사기간이 진행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결합 승인요건인 효율성 요건에 대해서도 주무부처가 공정위에 의견을 제시하고 공정위가 이를 고려하도록 했다"며 "기업결합심사와 관련한 기간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주무부처와 공정위가 최대한 협조해서 기업결합심사를 조속히 완료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사업재편을 추진할 때 지주사 부채비율이 200%로 제한되거나 지주사 요건충족을 위해 자회사 지분을 40% 이상(상장사의 경우 20%) 보유해야 하는 등 요건도 완화된다. 사업재편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상호출자나 순환출자 구도가 형성될 경우 종전에는 상호·순환출자 관련 지분을 6개월내에 처분해야 했으나 원샷법은 처분기간을 1년으로 늘렸다.

하지만 이같은 규제가 정상기업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얼마나 독려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절차적인 부분은 상당히 완화됐으나 실제 기업의 발목을 잡는 세금 등의 부분에 대해서는 상당부분이 '면제'가 아니라 '과세이연'이라는 점이 걸린다"며 "채무보증제한 완화 등의 부분도 기업이 원하는 수준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각종 규제를 완화했다고는 하지만 실제 적용과정에서 얼마나 입법취지만큼 기업편의를 도울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공정거래법과 관련한 각종 규제가 원샷법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종의 이상돈 변호사는 "기업결합과 관련해 공정위가 효율성 증대를 인정한 것은 1999년 현대차·기아차 결합심사가 마지막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그만큼 기업결합심사 기준이 엄격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공정위가 해당 기업결합이 경쟁을 제한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할 때 시정조치 부과 소요기간은 2010년 이후 평균 329일에 달했고 지난해에는 179일로 단축됐다'며 "기업결합 관련 심사기간은 최소 6개월은 소요됐는데 원샷법이 적용된다더라도 최소 3~4개월은 소요된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업재편계획 추진에 앞서 공정위 승인을 획득하기 위한 법률검토 등을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사업재편 과정에서 형성된 상호·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기간이 종전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됐으나 여전히 기간이 짧다"며 "한정된 기간 내에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만큼 (매도자 측에서) 협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는 만큼 불가피하게 상호·순환출자가 형성될 경우 이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방안도 미리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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