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 업종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지원해 전체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명목으로 입법된 원샷법(정식명칭은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법안이 공포된 지 3개월이 지났고 법 시행까지도 채 100일도 안 남은 현 시점에서도 구체적으로 법안이 어느 기업에 적용될지 여부 등에 대해 구체적 지침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원샷법을 통해 종전의 상법, 자본시장법, 공정거래법상 행위규제의 완화나 세제혜택 등을 받게 될 기업은 '과잉공급 업종'에 속한 '정상기업'에 한정된다. '과잉공급 업종'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정의되느냐에 따라 적용대상 기업의 범위도 달라진다.
원샷법 제2조 4호는 '과잉공급'의 의미에 대해 "해당 업종의 국내외 시장상황을 고려할 때 향후 상당기간 공급의 증가, 수요의 감소 등으로 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현저하게 감소하거나 비용대비 제품·서비스의 가격 변화율이 상대적으로 둔화되는 등 기업의 경영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경우"라고 규정했다. 세부내용에 대해서는 시행령으로 이를 정하도록 했다.
지난 3월 초 입법예고돼 지난달 중순 예고기간이 끝난 시행령안에 따르면 과잉공급을 나누는 기준은 재차 "해당 업종의 가동률, 매출액 영업이익률, 부채비율, 매출원가율 또는 그 변화율"이나 "기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정하는 사항"으로 축소됐다.
절차상 편의를 위해 의원입법으로 제정된 원샷법이지만 법안의 제정취지는 "신흥국의 급속한 추격에 따른 주력산업의 수출부진, 기업의 영업실적 악화, 투자활동 위축 등으로 경제의 활력이 저하되고 중장기 경쟁력이 약화되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었다. 원샷법의 주무부처인 산업통상부 역시 법 제정배경으로 글로벌 공급과잉과 수요감소로 인한 산업경쟁력 약화를 든다.
하지만 원샷법이나 이 법에 의해 세부사항을 정해야 할 시행령은 글로벌 변수를 충분히 감안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이나 시행령이 규정하는 가동률, 영업이익률, 부채비율 등의 지표는 사후적 지표일 뿐"이라며 "법안제정 취지에 맞도록 글로벌 변수까지 '과잉공급' 판단기준에 넣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매출부진 등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더라도 비용절감, 재무개선 노력의 결과로 해당지표가 좋아질 수 있는데 현 시행령의 규정대로라면 실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범위가 과도하게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가동률, 영업이익률 악화는 이미 경영상 어려움이 상당수준 진척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현 규정대로라면 '정상기업에 대한 선제적 구조조정'을 지향하는 법 제정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과잉공급' 여부를 가를 '업종'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원샷법 본법은 물론 시행령에서도 이를 규정하지 않은 상태다. 정부가 '조선, 해운, 건설, 철강, 석유화학' 등 업종을 '5대 취약산업'으로 규정했지만 실제 법시행을 위해서는 해당업종이 어떻게 나뉘는지도 중요하다는 평가다. 이를테면 석유화학업종만 하더라도 크게는 정유업종과 화학업종으로 나뉜다. 정유, 화학업종이라고 하더라도 제품군에 따라 세부 업종아 나뉠 수 있다. 건설업종이라고 하더라도 종합건설사와 건축자재 업종 등으로 나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부는 이같은 기준에 대해 아직 구체적 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최근 법무법인 세종 주관으로 열린 '원샷법 대응방안 세미나'에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제조업' '철강업' 등으로 과잉공급 여부를 가르지는 않겠지만 시행령에서 다루지 못하는 부분을 고시(告示) 성격의 실시지침에 담을 예정"이라며 "기업이 사업재편에 불편함이 없도록 지침을 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잉공급 업종'에 속한 기업의 모든 사업재편 행위가 원샷법에 의해 혜택을 받는 것도 아니다. 법 제2조 2호는 '사업재편'의 의미에 대해 △합병, 분할, 주식의 이전·취득·소유, 회사의 설립 등 사업의 전부·일부의 구조를 변경하는 것 △신사업에 진출하거나 신기술을 도입하는 등 사업의 혁신을 추진하는 등 요건을 모두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업혁신에 대한 부분 역시 시행령으로 규정토록 위임했다.
사업혁신에 대한 내용 역시 시행령안에는 빠져 있고 구체적 내용은 실시지침에 포함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생산성 향상, 재무구조 개선기준 등 사업재편계획 승인을 위한 세부기준 등이 실시지침에 담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이나 재무구조 개선 등은 기업이 상시적으로 영업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지향하는 과정인데 이를 별도로 '혁신'으로 정의해서 수혜를 주는 게 타당한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다.
이외에 수혜를 받거나 그렇지 못하는 업종·기업을 판별하는 기준이 너무 과도하게 위임입법으로 처리된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나마도 실시지침은 당초 3월말까지 초안이 마련돼 공지될 예정이었으나 현재까지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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