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안보이는 '디지털 증거' 어떻게 수집할까

박보희 기자
2016.05.26 08:06

[the L리포트][기술+형사정책]② "디지털 환경에 맞는 정보수집 방법·법개정 필요"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사진=뉴스1

"아날로그식 영장 청구로는 제대로 된 대응이 어렵다. 새로운 압수수색 방법을 고민할 때다."(유민종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검사)

한국형사정책연구원과 한국포렌식학회는 지난 19일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에서 첨단과학기술과 형사정책을 주제로 2016춘계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날 '수사상 디지털 데이터 확보 및 실무상 쟁점'을 주제로 발표한 유민종 검사는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디지털 정보 확보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용량·보안체계 강화…디지털 정보 확보 어려워

유 검사는 "매체의 다양성, 정보의 대용량화, 보안체계 고도화 등으로 수사에서 활용되는 디지털 포렌식 기술이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지 못하다"며 "디지털 데이터 특성을 반영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은 '확보할 수 있는 디지털 정보는 어디까지인가'에 관심이 모였다. 대법원은 압수수색의 요건으로 '사건과의 관련성'을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압수수색을 할 때 원본 '매체'가 아니라 사건과 관련이 있는 '정보'만을 선별해 압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검찰의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 과정에서 적법성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유로 증거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압수한 자료에서 혐의사실과 관련없는 또 다른 범죄를 발견했을 때, 영장 없이 확보한 정보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우연히 별도의 범죄를 발견했다면, 그 혐의에 맞는 영장을 받아 적법하게 압수수색을 해야 한다는 결정이다.

유 검사는 "데이터 획득 과정과 관련해 원본 저장매체 등을 압수할 수 있는 경우를 확대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날로그 정보들은 용량이 크지 않고 대부분 서류라서 현장에서 사건과 관련된 정보인지 식별이 가능하지만, 디지털 데이터는 현장에서 사건과 관련이 있는 자료인지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디지털 데이터는 용량이 커 현장에서 해당 정보를 선별하기는 힘들다"며 "보안시스템 설정으로 현장에서 즉각 압수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모바일 데이터에 대해서도 "압수수색 집행과 관련 전기통신사업자나 개인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거나 협조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검찰의 압수수색 권한 확대는 수사 대상자의 사생활 침해 등 인권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김재윤 전남대 로스쿨 교수는 "수사의 어려움에 공감한다"면서 "디지털 정보에는 성질상 혐의사실과 무관한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무수한 정보들이 대량으로 혼재돼있어, 원본 저장매체에 대한 압수를 폭넓게 인정하면 정보가 무분별하게 탐색, 복제돼 개인의 기본권이 침해될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수사해야 하는데 정보는 해외에…"국제적 공조 논의 필요"

토론자로 나선 구태언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106조와 대법원 판례 사이에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구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106조는 압수 목적물을 매체로 보고 있는데 지난해 대법원 결정으로 압수 목적물은 정보가 됐다. 법 개정도 없이 압수 목적물이 매체에서 정보로 변경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 제106조 3항은 '법원은 압수 목적물이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인 경우 정보의 범위를 정해 출력하거나 복제해 제출받아야 한다. 다만, 범위를 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가 불가능하거나 곤란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정보저장매체등을 압수할 수 있다'고 정해놨다.

유 검사는 "개인적으로 정보를 압수물에 포함한다면 매체 자체를 압수할 수밖에 없는 예외적인 상황을 법 개정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인터넷 산업 발달에 따라 정보가 해외 기업에 있는 경우 수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구 변호사는 "클라우드 등으로 정보가 플랫폼을 장악한 회사들에게 빨려들어가는 상황"이라며 "국내 법이 적용되는 사법권 영역에서 정보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터넷 산업정책이 형사 사법과 국가 주권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에 대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검사는 "국가간 네트워크가 구성돼있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해외 민간 업체의 협력은 받기 어렵다"며 "국제적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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