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이라도 '실무수습' 그만두고 싶지만…"

송민경(변호사), 장윤정(변호사) 기자
2016.06.07 08:03

[the L리포트][열정페이 강요 로변실무수습]① 젊은 변호사들 최저시급도 못받아

변호사 시험을 통과한 후 6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의무적으로 받게 돼 있는 실무수습에 대해서 문제가 많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법시험에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로 변호사 선발 방법이 바뀌면서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실무수습도 그 중 하나다. 이 제도는 사법연수원의 역할처럼 로스쿨을 거친 변호사들에게도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만들어졌다. 법률사무종사기관으로 지정된 로펌 등에서 6개월의 기간 동안 실무를 배우라는 의도다. 그러나 로스쿨 졸업생 배출이 5년차에 접어들며 제도가 정착해가는 과정에서 변질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6개월 의무 실무수습 거쳐 송무 시장으로

현행 변호사법에 따르면 로스쿨 3년 기간을 거쳐 변호사 시험에 붙으면 변호사가 되지만 이후 6개월 간 법무법인이나 정부기관 등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근무하거나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에서 실시하는 연수를 마쳐야 실제 변호사의 활동을 할 수 있다. 법률사무종사기관은 국회 등 공공기관에서 개인변호사사무소까지 다양하다. 조건은 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변호사가 있어야 하며 따로 서류를 제출해 지정을 받아야 한다.

기존 사법연수원 제도와 유사하지만 실시 기관이 다르다. 이것을 실무수습 제도라고 부르지만 법정 용어는 아니다. 실무수습을 마치기 전 변호사는 자신의 이름으로 사건을 수임할 수 없다. 변호사 등록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변호사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고유한 업무에서 배제된다. 당연히 법정에서 변론을 할 수도 없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착취

로펌 등에서는 교육이라는 명목 하에 월 100만원 또는 그 이하 심지어는 무급으로 채용하고 있다. 정부가 정한 올해 최저임금은 월 126만원이다. 법원에 낼 서면을 쓰게 하고 수정 없이 그대로 또는 일부 수정 후 제출하면서도 노동의 대가를 정당하게 주지 않는다. 이른바 '열정페이'다.

수습 기간 동안 교육이라는 이름을 걸고 무급으로 일했지만 서면 첨삭을 꼼꼼히 해주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변호사 A씨는 "변호사들을 실무수습 시키다 기간이 끝나면 내보내고 그 다음해 또 실무수습 변호사들을 받으며 경력 변호사를 고용한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내는 로펌도 있다"고 전했다. 인건비를 아끼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조원익 변호사(법무법인 소명)는 "재판에 못 나갈 뿐 실질적인 업무를 처리하는데도 수습 변호사들은 저임금에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다"면서 "대졸 법률사무직원의 월급은 보통 150만 원 내외지만 실무수습 중인 변호사는 급여가 없거나 100만원 내외인 곳이 많다"고 말했다.

고용 전제로 실습시키고 팽하기도…경력 끊길까 걱정해 못 그만둬

실무수습 자리를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실무수습 변호사를 구할 때부터 이미 나이와 학벌을 따지며 채용과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지방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 B씨는 "실무수습은 서울에서 시작했지만 결국 졸업한 로스쿨이 있는 지역에서 수습을 마쳤다"며 "나이가 많은 지방 로스쿨 출신들은 서울에서 일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무수습을 구하는 젊은 변호사들에게는 채용전제인지 아닌지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채용이 전제되는 곳에서 수습을 하면 취업까지 한 방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점을 악용해 채용할 것처럼 말해 높은 업무 강도를 강요하다 팽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다.

수습 기간 중 변호사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쉽게 기관을 바꾸거나 그만두지 못 한다. 경력이 중간에 끊길까 두렵기 때문이다. 변호사 시험은 1년에 한 번 있고 합격자 발표 후 실무수습이 필요한 변호사들은 동일한 시기에 쏟아진다. 남들과 같이 수습을 시작하지 않으면 실제 변호사 업무를 시작할 수 있는 시점이 남들보다 늦어 취업에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대한변협에서 강의식으로 이뤄지는 연수로 수습 기간을 채울 수 있지만 송무 경력이 아니라서 경력을 쌓아 이직하는 구조인 법조계에서 뒤처지게 될까 걱정이다.

올해 변호사시험을 통과한 변호사들과 이제까지 실무수습 기간을 채우지 못한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대한변협에서 이뤄지는 연수에 대해서도 일부 불만이 있다. 올해 참여 변호사는 531명이다. 연수 내용은 집체교육·현장 실무수습·분반토의·연수강평 등으로 이뤄진다.

변협연수에 대해서는 착취당하는 것보다는 낫다며 들어볼 만하다는 의견과 내용이 충실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공존한다. 변협 연수를 듣는 변호사들은 실제로 취업준비생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너무 과도한 교육은 무리라는 의견도 있다. 내용이 매년 바뀌면서 예측가능성이 적은 것 또한 문제로 지적됐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된 한국법조인협회 회장 김정욱 변호사는 "사법 시험을 통과한 시보 기간은 2개월 남짓인데 변호사 시험에 통과한 변호사들에게 실무수습기간 6개월을 강제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현재의 실무수습은 저년차 변호사들의 실질적 임금 저하를 불러오고 교육도 충실하지 않으므로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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