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구성원 간 대화가 소통보다 비방으로 치닫는 데엔 토론교육의 부재가 깔려 있다. 그나마 교육·취업과정에서 이뤄지는 토론도 합의를 이끄는 과정이 아닌 평가 도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상대를 이기기 위한 기술로서의 토론은 결국 단절과 대립으로 이어진다고 교육계는 진단한다.
19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창의적 수업을 위한 토론·협력 학습 활성화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초·중·고교 가운데 52.9%는 토론학습을 한 학기에 1~2회 정도 실시했다. 한 번도 하지 않은 학교가 전체 14.4%에 달했고, 매 수업마다 토론을 병행했다는 학교는 2.1%에 불과했다.
토론학습에 대한 흥미도는 진학을 거듭할수록 떨어진다. 소집단별 토론학습이 '매우 흥미있다'고 답한 비율은 초등학생이 30.3%인 반면 중학생은 17.4%, 고등학생은 12.0%로 줄었다. 현행 입시 위주 교육정책 아래에선 토론보다 '강의'라는 주입식 학습을 통할 때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기 수월해서다.
대학에 와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중·고교 내내 주입식 교육을 받아온 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내놓는 토론에 익숙해지기란 만만찮다. 대학이 취업사관학교로 변질되고, 학점이 취업을 위한 중요요소로 평가받으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실제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학생 10명 중 3명은 "한 학기 수업 내내 토론을 한 번도 한 적 없다"고 답했다. 다른 조사에선 대학생 8명이 A학점을 받고자 '교수 말을 한마디도 빠짐없이 받아적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취업 때까지 이어져 채용전형 중 면접토론에서 '인성 좋아 보이는 법', '연출·연기 잘하는 법'을 가르치는 학원도 생겼다. 학창시절부터 사회인이 되기까지 제대로 된 토론교육은 극히 드문 셈이다.
전문가들은 토론교육의 미숙함은 곧 사회 구성원 간 단절과 대립을 낳는다고 우려한다. 강경순 한국토론교육개발원 교육국장은 "토론은 단순히 논쟁하는 활동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자신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민주적 합의와 합리적 의사결정을 배우는 과정"이라며 "교육·취업현장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평가의 도구로 전락한 토론은 결국 공감·소통을 통한 문제 해결이 아닌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만 향상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권상희 제13대 한국소통학회장은 "단편지식 측정과 대결이 주를 이루는 지금의 토론교육에선 이분법적 판단만 낳지 공감 능력을 기르기란 쉽지 않다"며 "토론이 평가 도구가 아닌 오감을 나누는 주요 소통매체로 자리잡을 때 타인에 대한 이해, 사회를 향한 공감대가 형성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