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별을 통보받았다는 이유로 남자친구가 집에 불을 지르면서 거주지를 잃은 A씨는 한동안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내가 불타 죽을 수도 있었다"는 공포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인의 집을 전전하며 지내던 그는 당장의 생계와 치료비를 감당할 여력조차 없었다.
#교제 중이던 남자친구에게 지속적인 폭력과 성적 착취를 당해온 B씨의 상황도 위태로웠다. 청각장애가 있는 그는 만성적인 죄책감과 수치심에 시달리다 자해와 극단적 선택까지 고민하던 상태였다.
경찰이 민간과 손잡고 도움에 나선 범죄 피해자들의 이야기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과 신한금융희망재단, 행정안전부는 2024년 4월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범죄 피해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긴급 지원을 이어왔다.
그 결과 2년간 11차례에 걸쳐 2112명의 피해자에게 약 32억원이 지원됐다. 피해 정도에 따라 단순 사례에는 최대 100만원, 집중 사례에는 최대 300만원이 지급됐다. 대상자 발굴과 신청은 각 경찰서가 맡고, 심의와 집행은 신한금융희망재단과 굿네이버스가 담당했다.
A씨는 긴급 주거·생계비 3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지원금을 통해 정신과 치료를 시작했고 생활을 추스르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생각했는데 경찰과 여러 기관이 도와준 덕분에 다시 살아갈 용기가 생겼다"며 "치료를 받으며 앞날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B씨에게는 심리치료와 생계비 300만원이 지원됐다. 경찰은 의료·주거 안전 조치와 함께 보호·지원 제도를 안내하고 관련 기관과 연계를 도왔다. B씨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했지만 당장 필요한 도움을 받으니 다시 일상을 생각할 수 있게 됐다"며 "치료를 병행하며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지난달 경기 고양시에서 운전자 없이 도로를 미끄러지던 화물차를 세우려다 하반신 마비 위기에 놓인 60대 남성에게 치료비를 지원한 사례가 있었다. 지역사회 안전을 지키려다 피해를 입은 점을 고려해 경찰청과 신한금융희망재단이 먼저 지원에 나섰다.
경찰청과 신한금융희망재단, 행안부는 앞으로도 경제적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협업 체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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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은 피해자 보호·지원 중심의 업무체계를 만들고 범죄피해자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민관 협력을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신한금융희망재단 관계자는 "올해에도 범죄 피해로 생계가 곤란한 위기가정을 지원하기 위해 총 2000가구 대상 30억원 지원을 목표로 사업을 확대 운영할 예정"이라며 "전국의 위기가정 모두가 희망을 잃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