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경찰청장 '쥐겠다'던 고삐는 어디로

김훈남 기자
2016.07.08 05:47

"마지막까지 쥐어야 하는데…"

한 달 전쯤 만난 자리에서 강신명 경찰청장이 말했다. 생략했지만 목적어가 '경찰의 기강'이라는 건 쉬 알아챌 수 있었다. 임기 말 조직 기강이 느슨해지기 쉽다는 것, 누군가 '직언'하지 않아도 강 청장 스스로 잘 알고 있단 얘기다.

공교롭게도 강 청창이 이런 말을 한 지 얼마 안 돼 부산에서 경찰 한 명이 사표를 제출했다. 학교전담경찰관(SPO)이면서 담당 여학생과 성관계를 맺은 사하경찰서 김모 경장이다.

강 청장의 바람이 무색하게도 감찰 기능은 그의 성추문을 덮어버렸고, 앞서 같은 이유로 사표를 낸 연제경찰서 정모 경장처럼 무사히 경찰을 탈출, 퇴직금까지 지급받았다. 뒤늦게 '감찰무마' 논란까지 초래하면서, 강 청장은 본인까지 감찰 대상으로 한 특별조사단을 출범시켰다. 쥔다던 고삐에 자신마저 포함시킨 꼴이 됐다.

SPO뿐만 아니라 요즘 들어 경찰 조직 내 잇따라 성추문이 불거지고 있다.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난 여성과 성매매를 한 사건, 파출소 식당 직원 성추행 사건도 나왔다. 강남 지역 경찰의 고질병, 유흥업소 업자와의 유착도 한 숟갈 보탰다.

강 청장의 걱정처럼 청장 임기 만료가 임박해 불거진 현상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현 청장 임기가 끝날 때까지만 쉬쉬하면 된다'는 식의 사고가 경찰 사이에 팽배하기 때문이다.

새 청장이 오면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으로 일한다는 것. '새 학기부터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마음가짐이다. 동시에 차기 치안총수의 '하마평'이 무성하고, 눈치 게임도 치열해졌다. 기강 해이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일 터. 그러나 새 청장이 올 때까지 '넋 빠진' 경찰의 실책에 고통받아야 하는 건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2004년 경찰청장 임기제 도입 이후 두 번째로 '임기를 채운 청장'을 탓하게 되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진 셈이다. 경찰 조직이 치안총수와 그 뒤에 있는 정권의 눈치를 보는 탓이다. 후배들한테나 농담삼아 하던 '꼰대스런' 질문을 15만 경찰조직에 물어야 할 때다.

"경찰이 임기 2년짜리 경찰청장이랑 일을 오래 할 거 같냐? 아니면 국민이랑 더 일을 오래 할 거 같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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